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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까지 내몬 악성민원…부산도 공무원 신상 비공개 확산

김포시청 직원 극단 선택 계기, 해운대·부산진·강서·남·연제구 업무분장 따른 이름·사진 삭제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   입력 : 2024-04-15 20:11:34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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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 권리 보호 필요 목소리
- 익명화 따른 소극행정 우려도

부산에서도 공무원의 신상을 비공개하는 지자체가 는다. 일명 ‘좌표찍기’에 의한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김포시 공무원 사건을 계기로, 악성 민원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됐지만 공무원들의 업무 책임감과 주민 소통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공무원 악성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해운대구는 최근 홈페이지 조직도에 공개된 각 부서별 업무 담당자 신원 노출 방식을 변경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존 조직도에는 ▷부서명 ▷직위 ▷성명 ▷담당업무 ▷사무실 전화번호가 모두 공개돼 있었는데 성명의 이름 부분이 삭제됐다. 이와 함께 각 부서 사무실 입구에 부착된 좌석 배치표의 형식도 바꿨다. 좌석 배치표는 청사를 찾은 민원인이 쉽게 담당 공무원의 좌석을 알 수 있게 안내한 것으로, 사진과 함께 성명, 담당업무 등이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진과 직원 성명이 빠졌다.

부산진구·강서구 등은 성뿐만 아니라 담당자 이름을 아예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남구, 연제구 등은 좌석 배치도에서 사진과 성명을 지웠다.

이처럼 부산지역 지자체가 직원 신상을 비공개로 하는 이유는 지난달 경기 김포시 9급 공무원 A 씨가 사망하면서 공무원노조가 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A 씨는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받았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해당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라며 그의 실명,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이 공개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포시를 포함해 인천 서구·미추홀구·부평구, 충북 충주시, 충남 천안시 등 전국 지자체들이 홈페이지에서 직원 이름을 삭제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해당 사건 발생 이후 직원 사이에서 공포감이 확산하면서 신상을 보호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내부 검토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처로 구청을 찾은 민원인은 담당 공무원이 누군지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가 담당자에게 업무처리의 책임감과 적극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부산진구 주민 A(40대) 씨는 “악성 민원으로 인한 불가피한 조처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름만 가린다고 그런 민원이 줄어들지 의문”이라며 “나아가 이를 계기로 공직사회가 모든 민원을 악성으로 치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도 “민원 관련 공문서 등에는 여전히 담당자 이름을 게재하도록 해 민원과 업무 처리 과정에서 주민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조처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신상 공개 범위 축소가 필요하지만 이에 따른 보완책도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대 박희정(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 양질의 행정 서비스가 필요해 실명제로 했는데 이제는 악성 민원으로 공무원 권리 보호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시대 현상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것은 옳다”며 “동시에 주민이 우려하지 않을 만큼 투명하고 적극적인 행정이 이뤄질 수 있는 창구도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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