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21대 선거 대비 절반 수준
- 개표 깐깐해져 오랜 시간 소요
- 공무원 투표장 업무 선호 양상도

이번 총선 개표 과정에서 ‘수검표’ 제도가 부활하면서 선거 투·개표 사무원 중 공정중립적 인사로 분류되는 비공무원의 비중이 대폭 줄고, 공무원이 크게 늘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일부 보수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부정선거(개표)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내린 조처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민원 처리 업무가 많은 투표보다 개표를 선호했지만 수검표 도입으로 이번 총선에서는 개표보다 투표 업무를 선호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6일 부산의 한 사전투표장에서 투표가 이뤄지는 모습. 국제신문DB

8일 부산시선관위에 따르면 총선 투표 당일 부산지역 투표사무원·관리관은 9158명으로, 이 가운데 비공무원은 2462명(전체의 26.8%)이었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1만493명 중 비공무원이 전체의 49.4%(5193명)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공무원의 비중이 배가량 줄었다. 개표 사무원도 2020년 전체 4190명 중 비공무원이 2702명으로 64.4%였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4853명 중 2436명으로 50.1%로 줄었다. 4년 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방역 등을 위해 투표사무원이 올해보다 많았지만 올해는 수검표의 재도입으로 개표 사무원이 4년 전보다 증가했다.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는 “중앙선관위 차원에서 부정 선거 의혹을 덜고, 선거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 등의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수검표도 재도입된 만큼 비공무원보다 투·개표 업무의 경험이 많은 공무원을 더 많이 배치했다”고 말했다. 투·개표 업무에 투입되는 사무원 중에는 지방직 공무원이 가장 많다. 그 외 교직원과 공공기관 직원, 지방공사공단 직원, 금융기관 직원, 농수축협 직원 등도 참여한다. 이들 외 모두 비공무원으로 분류한다.

선관위가 개표 업무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투표지 분류기와 심사 계수기 도입 이후 사라졌던 수검표가 이번 총선에서 다시 진행되기 때문이다. 2년 전 대선과 지방선거 때까지 투표함을 열어 투표지 분류기를 거친 투표지를 심사 계수기에 넣어 개표 사무원이 육안으로 확인했다. 심사 계수기에서 일정한 속도로 한 장씩 떨어지는 투표 용지가 제대로 분류됐는지, 정상적인 투표용지인지 등을 확인했다. 하지만 투표지 분류기를 통한 개표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심사 계수기 분류 속도가 빨라 정확한 관측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선관위는 이번 총선에서부터 다시 투표지 분류기의 분류 절차와 심사 계수기의 검표 절차 사이에 개표 사무원이 직접 손으로 검표하는 절차(수검표)를 추가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35개 이상이 등록된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모두 손으로 개표한다. 선관위가 보유한 투표지 분류기는 최대 34개 정당이 표기된 46.9㎝ 길이의 투표 용지까지 처리 가능한데, 이번 총선에는 38개 정당이 등록해 투표용지가 역대 최장인 51.7㎝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공무원들은 개표보다 투표 사무를 선호했다. 투표 사무를 하는 부산시의 한 공무원은 “그동안 투표 업무는 투표일 당일 새벽에 출근해 밤 늦게 퇴근하고 유권자들과의 투표소 내 마찰로 인해 기피했다. 하지만 수검표와 수개표로 이번에는 개표 업무 시간이 훨씬 길 것으로 보여 투표 사무를 지원하는 직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