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래납석정관광산 산성수 계곡
- 市 “광해광업공단 소관” 방관만

부산지역 폐광산 15곳 중 7곳의 토양에서 해마다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폐광산은 주민 생활권과 밀접해 신속한 조처가 요구되지만, 부산시는 폐광산 오염 개선 문제가 타 기관 소관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지반침하 우려로 출입이 통제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부산 사하구 부산철광광산. 부산시 제공

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2023년 폐광산 주변 환경오염도 조사결과’를 공개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서류상 존재하는 부산지역 폐광산 총 23곳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있는 폐광산은 15곳이다. 이 중 8곳은 오염도가 낮아 2021년 이후 조사를 중단한 상태다. 연구원은 오염도가 높은 나머지 7개 폐광산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동안 2차례 토양·수질 검사를 진행했다. 해당 폐광산은 ▷경창 ▷구덕 ▷부산철광 ▷금련산 ▷일광 ▷동래납석정관 ▷임기납석 등이다.

조사 결과 7개 폐광산 모두 토양오염 기준을 초과하는 농도의 중금속이 검출됐다. 2곳(동래납석정관·임기납석)에서는 계곡수 등이 하천환경기준치를 넘어선 농도의 산성을 띠는 등 수질오염도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창광산에서는 각각 토양오염우려기준의 24배와 3.5배가 넘는 4850.8㎎, 2135.8㎎의 납과 아연이 검출됐다. 구덕광산 역시 우려기준의 6.5배에 달하는 3231.6㎎의 구리가 나왔다. 부산철광광산에서는 기준치의 16.5배 수준인 826.82㎎의 비소가 확인됐다. 동래납석정관광산과 임기납석광산에서는 각각 농도 3.5pH, 4.3pH의 산성 계곡수가 흘렀다. 하천환경기준에 적합한 산성도는 6.5~8.5pH다.

토양오염이 발생하는 이유는 갱 주변과 노천광산 절개면·바닥 등에 방치된 광산활동 잔재물(폐석)이 인근 토양의 중금속 농도를 높이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동래납석정관·임기납석광산은 절개면과 바닥에 드러난 폐석 위로 물이 흐르며 산성 계곡수도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폐광산 주변 주민에 오염 피해가 미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부산지역 폐광산은 ▷주거지 ▷등산·산책로 ▷농작물 경작지 등 주민 생활권과 인접해 있다. 갱 내부에 법당이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개선책 마련은 지지부진하다. 일부 폐광산은 한국광해광업공단의 광해방지사업 대상에 선정돼 오염도가 개선되고 있지만, 구덕·금련산·동래납석·임기납석 등 4곳은 오염물의 비산 방지를 위해 덮개를 씌워두거나 오염물질을 이동시키는 등 임시 조처만 이루어질 뿐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광해광업공단만 바라볼 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광해방지 작업은 매우 복잡해 광해광업공단에서 전담한다. 오염도가 높은 곳부터 순차적으로 광해광업공단에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부산 폐광산이 빨리 조처되도록 적극 공단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