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작은서점 운동의 상징이었던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서점 ‘책과아이들’이 존폐 기로에 섰다. 국가철도공단이 공단 소유의 터를 무단 점유한 서점에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변상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서점은 갑작스러운 공단의 통보로 책방 운영이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지만 공단은 그동안 부과하지 않았던 변상금 문제를 바로잡은 조처라고 맞섰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 ‘책과아이들’ 1층 풍경. 국제신문 DB

29일 공단에 따르면 서점 책과아이들은 2008년부터 공단 소유의 토지를 무단 점유한 채 마당으로 사용했다. 또 서점 주차장 면적의 13분의 10은 공단의 땅이며, 나머지만 서점주 소유다. 그동안 공단은 2021년까지 주차장의 무단 사용에 따른 변상금만 매년 400만~2000만 원을 부과했고, 서점주도 이를 납부했다. 하지만 공단은 2021년 10월부터 마당 부문까지 변상금 대상에 포함했다. 나아가 공단은 법적으로 변상금 부과의 소급이 가능한 최대 기간을 적용해 5년 치 변상금 5800여만 원을 서점주에게 청구했다. 책과아이들 김영수 대표는 “2008년부터 공단 직원이 여러 차례 서점을 방문했고, 그때마다 마당 부지는 변상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공단이 부과한 변상금 납부를 한 번도 회피한 적이 없다”며 “그런데 갑자기 공단의 태도가 돌변했는데, 그것도 모자라 5년 치 변상금을 한 번에 납부하라니 서점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책과아이들은 한국 동네책방 작은서점 운동의 기수이자 부산의 중요한 문화공간이다. 공연·전시·독서·인문·지역사회 프로그램을 꾸준히 열어 지역 문화사랑방으로도 자리매김했다.

공단은 적법한 절차대로 그동안 부과하지 않았던 변상금의 처분을 바로잡은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공단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처음부터 마당 부지에도 변상금을 청구했어야 했다. 2021년 들어 올바른 절차대로 시정한 것뿐”이라며 “변상금은 3년 안에만 분할 납부하면 되기 때문에 서점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운영난이 가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애초 마당을 변상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를 묻자 “오래전 일이라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