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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무인도에 수상한 중계기…150억대 보이스피싱 일당이 설치(종합)

모텔·차량 설치 않고 수사 혼선…어민까지 포섭해 중계기 관리

  •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  |   입력 : 2023-11-28 19:42:26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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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中 조직원 등 16명 구속

낙동강 무인도 갈대밭에 인터넷 발신번호(070)를 국내번호(010)으로 위장하는 변작중계기를 설치하는 수법으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벌여 150억 원 상당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무인도 인근에 거주하는 어민까지 포섭해 경찰의 수사를 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갈대밭에서 중계기를 발견한 경찰.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사기·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 3명과 중계기 관리책 등 16명을 구속하고 공범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2018년부터 최근까지 중국 다롄 등 6곳에 보이스피싱 조직을 두고 검찰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수법 등으로 피해자 328명에게서 150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낙동강 하구 무인도인 신자도 갈대 숲 천막에 중계기를 설치했다. 중계기에는 태양열 패널을 연결해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자동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인근 어민 2명을 포섭해 경계하도록 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어민은 중계기가 설치된 신자도로 접근하는 수사관을 발견하면 중국으로 연락해 중계기 신호를 차단했다. 범행에 가담한 어민은 하루 10만~2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초반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일반적으로 모텔이나 차량 등에 중계기를 설치한다는 점에 착안, 부산 강서구 일대 모텔 등을 중심으로 수색을 진행했다. 하지만 좀처럼 실마리가 잡히지 않자 해경 등의 협조를 받아 낙동강 무인도까지 수색지역을 광범위하게 넓혀 중계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

중계기에서 나오는 신호가 경찰이 신자도에 접근할 때마다 꺼지는 게 이번 수사의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좀처럼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하던 경찰은 수상오토바이(제트스키)를 타다가 길을 잃은 척 신자도로 들어갔다. 어민의 경계망을 피해간 듯, 신호가 끊어지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신자도 갈대 숲 천막에서 작동 중인 중계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 총 96통의 전화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치였다. 경찰 관계자는 “1년이 넘는 수색 기간 동안 수사관이 신자도 인근에 접근할 때만 신호가 차단되는 것을 보고 무인도에 중계기가 있다는 사실을 확신했다”며 “어민 2명 중 1명은 이미 비슷한 사건에 연루돼 입건된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 조직은 이동형 번호 변경 중계기도 운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에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올려 연락이 온 이들에게 한 달에 300만 원가량을 주고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상자를 싣고 다니게 했다. 경찰에 압수된 중계기만 35대로, 전체 중계기는 수백 대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추정한다. 이 조직이 이토록 많은 중계기를 운영한 것은 중국의 여러 보이스피싱 조직이 동시에 많은 전화번호를 변경하게 하도록 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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