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속 20㎞ 제한, 오후 3~7시도 통행 불허…日은 더 깐깐하다

위태로운 통학로 안전해질 때까지 <9> 일본 적극적 안전 정책

  • 박주현 기자 qkrwngus30@kookje.co.kr
  •  |   입력 : 2023-10-31 18:52:09
  •  |   본지 1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스쿨존 500m로 한국보다 넓고
- 통행금지 3회 어기면 면허 정지
- 차고지 증명제로 불법주차도 無
- 학교선 지정된 통학로 보행 교육
- 아이들 “등하굣길 위험 못 느껴”

- 2021년 초등생 2명 사망 사고
- 합동조사로 7만여 곳 문제 조사
- 1년6개월 만에 80% 대책 마련
- 혼다사 급브레이크 데이터 공개
- 주민들 ‘스쿨 가드’ 자원봉사도

“통학로에서는 위험하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안전하지 않으면 우리가 즐겁게 지낼 수 없죠.” 일본 도쿄 니시신주쿠초등학교에 다니는 누카가 사쿠라(6) 양은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월 일어난 부산 영도구 청동초 참사는 더는 통학로에서 아이가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갖게 했다. 지역 초등학교 통학로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서 국제신문 취재진은 부산보다 먼저 시행착오를 겪고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선 도쿄를 지난 13일 방문했다. 일본의 통학로 안전 정책은 한국보다 더 적극적이다.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가 강하고 시민의 성숙한 교통안전 의식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래서 관계기관(교육기관-도로관리자-경찰)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잘 이뤄진다.

■한국보다 넓은 500m 스쿨존

일본 도쿄 니시신주쿠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교문 앞 도로는 휴일을 제외한 오전 7시30분부터 9시,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차량은 다닐 수 없다. 박주현 기자
지난 13일 오후 3시 신주쿠구 니시신주쿠초. 저학년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하교했다. 이들의 가방에는 ‘교통안전’이라고 적힌 노란색 덮개가 덮혀 있다. 교문 앞으로 나 있는 차도에는 차량이 한 대도 지나가지 않았다.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곳곳에 휴일을 제외한 오전 7시30분부터 9시,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차량은 다닐 수 없다. 이를 어기면 범칙금 7000엔(약 6만 원)에, 벌점 2점을 받는다. 누적벌점 6점이면 30일간 면허가 정지된다. 차고지 출입, 보행 곤란, 택배 배송 등의 사유가 있으면 경찰의 도로통행허가증을 받아야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

한국 역시 시간제 차량 진입금지가 지정된 교문 앞 도로가 있지만 오후 3시 이후로는 통행제한이 풀린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마친 아이들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학교 아이들에게 교통지도를 하는 신주쿠구 교육위원회 안전관리원 이쿠라 후미오(74) 씨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보행로로 다녀야 한다고 엄격하게 교육한다”며 “더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있어도 학교에서 정해준 통학로만 다니게 해 어떤 아이는 돌아서 등하교한다”고 설명했다. 우시야마 니시신주쿠초 부교장은 “학교가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안전지도의 날’에는 어린이가 하교할 때 교직원들이 같이 걸어가면서 안전한지 살펴본다”고 말했다.

도쿄 카시와기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학교 주변 도로에서 시속 20㎞를 초과해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게 돼 있다. 박주현 기자
이날 오전 8시 신주쿠구 카시와기초등학교. 주변 도로에 시속 2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스쿨존 안에서 일률적으로 시속 30km까지만 제한을 하는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스쿨존은 한국(학교 반경 300m 이내)과 달리 500m까지 설정해 넓었다. 이를 알리는 표지판이 동네 곳곳에 붙어 있다. 카시와기초 학생 대부분은 차도에 차량이 다니지 않아도 보행로에만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교에서 지정한 통학로만 다니도록 교육받은 결과다.

이처럼 대책을 세워도 운전자의 교통안전 의식이 없다면 소용없다. 취재진이 도쿄 곳곳 통학로를 찾았을 때 차량 대부분이 저속으로 운전했다. 우시야마 부교장은 “학교 주변에서 과속으로 달리는 차를 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김재열(도쿄대 환경학 박사) 한국교통연구원 일본 통신원은 “한국은 스쿨존에서만 집중적으로 주의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도로 곳곳에 학교 근처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어 운전자가 계속 주의하게끔 한다”고 말했다. 김 통신원은 또 일본에서 불법주차가 드물어 통학로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택에 차고나 근처에 주차장이 있어야 차량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주차를 잘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대도시에서 차량 구입 시 거주지로부터 직선거리 2㎞ 안에 주차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10만 엔(약 9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차량 운행에 어려움이 많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일본의 아동(0~14세) 보행 중 교통사고 사상자는 1만3013명(일본 경찰청 자료)이며 연평균 4338명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한국에서 같은 기간 보행 중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친 어린이(0~12세)는 7542명, 연평균 2514명이다.

단순히 비교하면 일본의 사상자가 더 많지만 인구를 따져보면 지난해 기준 아동 10만 명당 보행 중 교통사고 사상자는 한국이 570명(13·14세 제외)이고, 일본은 284명이다.

■민관 유기적 협력

일본은 2021년 치바현 야치마타시에서 술을 마신 대형트럭 운전자가 하교하던 초등학생 5명을 덮쳐 두 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사고 현장은 보·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농로였고 통학로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같은 해 7월 긴급합동점검에 나섰고 조사 결과, 전국 통학로 7만6404곳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이 가운데 개선한 지점은 지난해 말까지 6만1637곳에 달했다. 1년6개월만에 기간 80.7%를 해결했다.

도쿄도는 4497개 지점 중 4071곳(90.5%)에 대책을 마련했다. 도쿄도 교육청 관계자는 “통학로 표지판이나 자원봉사자 배치 등은 모두 마친 상태다. 정기적으로 관계 기관끼리 모여 통학로 대책을 논의한다”며 “통학로 개선 방안 가운데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파악해 우선순위를 두고 안전한 통학로를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케무라 사토 카시와기 초등학교 교장은 “1년에 한 번씩 신주쿠구·경찰·학교, 학교의 PTA(학부모교사연합회·학생을 위한 교원-학부모 자원봉사 단체)가 모여 안전펜스 신호등과 같은 시설물 설치 등 통학 안전 개선을 위해 기관끼리 교섭한다”며 “기관 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타협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점검 후 통학로 개선에 PDCA(Plan Do Check Act의 앞 글자로 계획 실행 점검 개선을 뜻함) 사이클을 적용했다. 이는 ▷문제되는 지점 파악하고 계획 세움 ▷대책 실행 ▷효과 확인 ▷대책 개선 혹은 충실히 진행함을 뜻한다. 이 순서대로 계속 반복해 통학로 안전도를 높인다.

일본은 민간과의 협력도 잘 된다. 자동차 제조사인 혼다는 자사 차량의 급브레이크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급브레이크 작동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지역을 데이터화하면 어디가 위험한지 알 수 있다. 학교와 지자체는 이를 활용해 위험한 통학로를 파악한다. 또 학교만 나서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주민과 연계해 등하굣길을 개선한다. 주민은 통학로 위험지역을 감시하는 등 스쿨가드라는 이름으로 자원봉사를 한다. 이들은 등하굣길에서의 개선할 점을 기관에 알리고 평가한다. 학교 통학 안전지도 역시 기관과 협력해 제작한다.

도쿄=박주현 기자 qkrwngus30@kookje.co.kr

영상=홍정민 PD

※제작지원 : BNK부산은행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3. 3‘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4. 4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5. 5“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6. 6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7. 7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8. 8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9. 9방호복·지뢰덧신 살펴보는 국회 국방위원들
  10. 10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1. 1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2. 2“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3. 3“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4. 4李 지지율 2주째 상승 37.9%…양당 지지도 오차범위 접전
  5. 5여야 만난 강신철 국방부 장관 “北 지뢰 확인 땐 상응 조치…은폐 없다”(종합)
  6. 6靑 재제청 요구 거부 조희대 “국감서 밝히겠다”(종합)
  7. 7부산시 ‘도시계획’ 조직개편 여파…시의회 상임위 간 신경전
  8. 8‘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9. 9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10. 10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3. 3안주고 덜준 보험금, 5년간 1000건 육박
  4. 4HJ중공업 조선업계 첫 올해 임단협 타결
  5. 53년물 국고채 4.1% 돌파…美 금리 급등 여파
  6. 6빚 갚으려고 또 빚…카드론 대환 23%↑
  7. 7“금융위 경험·네트워크로 부산 금융생태계 강화”
  8. 8부산 유주택 신혼 반토막…‘6억 초과’ 보유는 2.5배 급증(종합)
  9. 9시중銀, 부울경 전략산업 금융 확대…지역銀 영역침범 우려도
  10. 10AI로 ‘해상 교통 혼잡도’ 예측한다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3. 3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4. 4“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5. 5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6. 6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7. 7약발 없는 바가지 대책…인센티브·숙박세로 실효성 키워야
  8. 8김해 아이돌봄 대기 5개월…부모 속타네
  9. 9약사 면허 빌려 28억 부당이득…환수 거부에 法 “토해내라” 쐐기
  10. 10부산대 양산캠 유휴부지, 양산시도 나섰다…개발 TF 꾸려 대응
  1. 1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2. 2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3. 3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4. 4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5. 5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6. 6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7. 7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8. 8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9. 9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10. 10[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교통취약지 ‘버스형 콜택시’ 도입, 울주 전역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중구 절반이 GB…다운목장 등 과감한 해제로 신성장동력을”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