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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잦은 내리막길 12차로 건너야 학교…보행육교 신설을

위태로운 통학로 안전해질 때까지 <4> 재개발 입주 앞두고 불안 가중

  • 박주현 기자 qkrwngus30@kookje.co.kr
  •  |   입력 : 2023-09-26 19:20:37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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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거제2구역 애초 초교 신설 추진
- 교육청, 창신·거제초 분산 배치 결론
- 11월 입주 땐 1200명 학생 위험 노출
- 과거 해운대 해림초 육교 설치 전례
- 시의회 건립 추진… 106억 예산 필요

- 온천4구역도 온천·금정초로 나눠 배치
- 아파트~온천초 1.6㎞ … 상가도 빽빽
- 동래지원청 “조합 측에 통학버스 요청”
- 시교육청, 학생배치 객관성 제고 나서

부산 연제구 월드컵대로 횡단보도는 왕복 10차선이다. 성인 보폭으로 80걸음 정도 걸어야 하는 거리다. 오는 11월에 입주하는 4470세대 레이카운티 아파트(거제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학생 일부는 이 길을 건너 창신초등학교를 다녀야 한다. 아파트 준공 때는 도로 확장으로 왕복 12차로가 된다. 심지어 도로는 지난 6월 만덕초읍터널이 개통되면서 차량 통행도 늘었다. 더욱이 내리막길이다. 이 상황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부산 연제구 레이카운티 아파트 앞 월드컵대로는 왕복 10차로여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아파트 준공 때는 왕복 12차로로 넓어진다. 이 아파트 거주 학생 일부는 이 도로를 건너 창신초등학교로 통학해야 한다. 지난 6월 만덕초읍터널이 개통되면서 차량 통행도 늘었다. 이 상황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박주현 기자
아파트 입주예정자인 학부모 차연주(30대) 씨는 “2020년 말 교육청 관계자 등과 함께 통학로를 걷는 시간을 가졌는데 막상 걸어보니까 월드컵대로가 내리막이어서 차들이 과속 단속카메라가 있다고 한들 속도가 붙는다”며 “교육청에서는 관계 기관과 통학로 안전에 신경 쓰겠다고 했지만 아직 특별한 조처는 없다”고 말했다. 5세 아이를 둔 이지하(30대) 씨는 아파트 입주가 망설여진다. 그는 “등교 시간이 한정적이다 보니 왕복 12차선 도로를 통해서 다 같이 이동해야 하는데 사고가 일어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아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 교통량 조사를 보면 조사일 기준 등교시간대인 오전 7~9시 월드컵대로를 지나는 차량은 5632대로 파악됐다. 만덕초읍터널 개통 전인 만큼 교통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대로를 건넌 아이들은 왕복 8차선 종합운동장로 또한 횡단해서 통학해야 한다.

어쩌다 이 운명에 놓인 걸까. 거제2구역은 애초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로 계획됐다. 정비구역 내 학교부지가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당시 동부교육청(현 동래교육지원청)은 창신초와 거제초로 학생 분산 배치가 가능하다며 학교 신설이 불필요하다고 봤다. 결국 조합은 그 자리에 체육공원을 조성해 시에 기부채납하는 계획으로 선회했다. 2007년 연제구의회 회의록을 보면 이삼렬 당시 의원은 “(학부모가)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신설된 좋은 학교 시설에서 공부하길 원한다. 먼 거리로 통학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6년이 지난 지금 우려는 현실이 된 셈이다.

그때는 창신초에 유휴 학급이 있었기 때문에 교육부의 학교 신설 억제 기조와 맞물려 교육청 입장에서는 분산 배치가 불가피했다. 다만 사업이 지연되는 사이 창신초 통학구역에 아파트 단지 3곳이 준공되면서 입주민 자녀가 유휴 학급을 채워 버렸다. 더군다나 공원 기부채납으로 레이카운티 용적률이 19.8%(800가구) 완화된 만큼 학생 유발률이 증가했다. 그 결과 레이카운티 준공을 대비해 창신초와 거제초는 각각 25개, 11개 학급을 증·개축하는 상태다. 특히 창신초는 현재 37개 학급(5월 기준 전교생 938명)인 만큼 62개 학급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교육청이 학생유발률 산정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레이카운티 입주예정자 측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생 수는 804명, 내년은 1220명으로 추산된다. 조사대로면 적어도 2029년(2017~2022년생)까지 레이카운티 거주 초등학생 수는 매년 1000명대를 유지한다. 김미화 연제구의원은 “이런 결과가 나온 만큼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래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당시 조합 측이 (분산 배치를) 확약했고 두 학교 증·개축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입주 시기에 맞춰 학생을 분산 배치할 수밖에 상황”이라고 밝혔다.

어찌됐건 입주 후 아이들이 창신초로 등하교하는 만큼 안전한 통학로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의 월드컵대로 횡단을 위해 아시아드경기장 고가보행로를 연결하는 원형육교 설치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안재권 시의원은 “만덕초읍터널을 지나 부산의료원에서 내려오는 대형 화물차가 브레이크 파열이 일어난다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의 안전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며 “교육청 시 구 예산으로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는 원형 육교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의회는 106억 원가량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예산 마련 등으로 올해 안에 설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넓은 차로가 포함된 통학로에 보행육교를 설치한 전례가 있다. 해운대구 해림초등학교는 승당삼거리 왕복 10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는 110m 보행육교가 설치돼 있다. 이 간선도로를 건너 동해남부선 철길(현재 폐선)을 지나 학교를 다녀야 해 등교거부 사태가 일어나는 등 갈등을 빚다가 2002년 설치된 것이다.

거제초로 배치될 학생들의 통학로 역시 안전하지 않다. 레이카운티 입주예정자 우유정(30대) 씨는 “통학로가 빌라 사이사이 좁은 골목으로 이뤄져 있고 불법주정차가 많다”며 “사고 위험을 감수하고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연제구는 올해 중으로 거제초 인근 일부 이면도로 보도 폭을 넓히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 외에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26일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입구교차로. 내년 9월 준공되는 래미안 포레스티지 입주 학생 일부는 1㎞가량 떨어진 온천초등학교에 다녀야 한다. 김채호 PD
내년 9월 입주하는 4043가구 동래구 래미안 포레스티지(온천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동래구 온천초와 금정구 금정초로 분산 배치될 예정이다. 포레스티지 입주예정자협의회(입예협)는 전체 가구 중 학령인구는 최소 1200명으로 추산했다. 온천초와 금정초등학교는 각각 9개, 14개 학급 증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취재진이 직접 아파트 2·3단지 사이에서 온천초까지 걸었더니 1.6㎞로 성인임에도 꽤나 먼 거리로 느껴졌다. 금강로 일대에 상가가 늘어서 있고 차량 통행도 많은 만큼 통학로 안전이 우려된다. 이 위치에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13번 건너고 온천삼익아파트 방면으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학교가 나왔다. 중간중간 횡단보도가 없는 차량 진출입로도 있었다.

입주 후 아이를 온천초로 보내야 하는 조여윤(30대) 씨는 “(단지에서 금정초까지) 아이 혼자서 갈 수 있는 거리는 절대 아니다. 아이를 학교에 어떻게 보내야 할지 방법을 못 찾고 있다.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도 든다”고 불만을 드러내 말했다. 입주예정자 장희옥(30대) 씨는 “부모로서 자녀를 이런 통학로로 등하교 시킨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서 눈시울을 붉었다. 통학로에 어린이보호구역 설정도 할 수 없다. 동래구 관계자는 “학교 반경 300m까지 어린이보호구역을 지정하는 만큼 포레스티지 인근에는 학교가 없기 때문에 스쿨존 지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동래지원청 관계자는 “조합 측에 학생 등하교를 위해 통학버스를 운영하라고 사업시행 조건에 넣었다. 아파트 입주 직전 사용승인 때 구체적으로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초등학교 학생배치 논란이 끊임 없이 반복되자, 시교육청은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고 통학여건 개선을 위한 초등학교 통학구역 조정안 마련 등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5월 결과 발표를 목표로 학생 배치에 있어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영상=김채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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