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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때 학교 앞 10m 아찔한 작업…스쿨존 공사규제 마련을

위태로운 통학로 안전해질 때까지 <3> 초품아의 역설

  • 박주현 기자 qkrwngus30@kookje.co.kr
  •  |   입력 : 2023-09-19 19:12:30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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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인근 아파트 공사장
- 작업차량 옆 보·차도 구분없어
- 통학 아이들 위험한 상황 빈번

- 일본선 임시 보행로 길어지면
- 아이들 안전 위해 신호수 늘려
- 서울은 ‘보행도우미’도 의무화

- 부산도 ‘워킹스쿨버스’ 늘리고
- 등하교 시간 공사작업 중단 등
- 안전 가이드라인 법제화 필요성

“학교 가까이에서 공사하니까 아무래도 불안하죠. 아이들이 등하교할 때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니까.” 학부모 박선정(41) 씨는 아이와 함께 매일 등굣길을 나선다.

지난 6월 하교 시간인 오후 1시께 부산진구 부전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포클레인이 공사 작업을 하고 있다. 19일 현재 공사가 마무리됐지만, 이외에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스쿨존 내 공사 현장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독자제공
지난 6월 하교 시간인 오후 1시 부산진구 부전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에 포크레인이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공사장 인부 두 명은 철근을 사이에 두고 작업했다. 교문 앞에 선 아이와 부모는 말 없이 이 광경을 쳐다보았다.

부전초와 접한 신축 아파트는 2019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다. 준공을 앞두고 공사장 가림막이 철거되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학교와 공사장 거리가 10m 남짓인 상황에 문주(아파트 입구)와 기반시설 공사 등이 이뤄지면서 통학로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5, 6월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등하교 시간에도 공사 차량이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행자 안전 통로 역시 중간중간 끊겨 있었다.

부전초 배움터지킴이인 박모(70) 씨는 당시 통학 시간만 되면 아이들이 다칠까 노심초사하며 공사장을 예의주시했다. 그는 “등하교 시간에도 공사 차량이 들어온다. 보·차도 구분도 없어 차와 학생이 엉켜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빈번하게 펼쳐졌다”며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영구 망미초등학교에서 65m 남짓 떨어진 지역에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모습. 19일 이 구역에는 기존 건축물 일부가 철거된 상태다. 김채호PD
여기서 ‘초품아의 역설’이 발생한다. 초품아는 부동산 업계에서 학교가 단지 내에 있거나, 단지와 붙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넓게는 2차선 도로를 건너는 수준이다. 아이의 통학거리가 짧은 만큼 초품아가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초품아 인기가 많아지니까 아무래도 초등학교 주변으로 재개발을 진행하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파트가 준공되면 새 아파트 학생이 혜택을 받지만 부전초 사례처럼 공사 기간에는 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아동은 심리 특성상 공사차량으로부터 위험할 수밖에 없다. 정숙자 한국상담심리교육협회장은 “자기중심적 사고로 공사차량이 오면 아이는 운전자가 작은 자신을 보지 못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공룡같이 큰 차가 나를 보고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눈을 감고 차를 지나가는 것과 똑같다”면서 “등하교 시간에는 공사차량이 학교 앞을 지나다닐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즉흥성도 있어 조각 난 보도블록이나 움푹 팬 도로 등이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가지게끔 한다”며 “우발적인 사고가 나지 않도록 즉흥성을 이끌 수 있는 요소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해운대구 해운대초등학교 인근에서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해운대초 주변에는 아파트·오피스텔 공사장과 재건축 예정 부지가 있는 상황이다. 김채호PD
취재진이 담은 부전초 현장 영상을 살펴본 안전 전문가 안수효 휴먼세이프티연구소 소장은 “아이들이 사고가 안 나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안 소장은 “레미콘 포클레인 등 다양한 공사 차량이 오가고 있다. 대형 차량이라서 어린이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사각지대가 생긴다”면서 “통학 시간 만이라도 공사 차량 진출입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또 공사가 이뤄질 때 통행안전 및 교통소통을 위한 신호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현장과 인접한 통학로에서 신호수가 한 명도 없는 곳이 있다. 일본에서는 공사 현장 부근에서 아이가 걸어가면 신호수끼리 아이를 인수인계하는 식으로 보호한다”며 “어린이가 공사 차량을 만날 수밖에 없는 상충지점에서는 신호수를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등에서는 신호수 외에도 조례를 통해 도로를 점유하는 공사 현장에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보행을 돕는 보행안전도우미도 배치하도록 한다. 시공자는 임시보행로 길이가 10m 이상 30m 미만일 때 1명 이상, 30m 이상이면 2명 이상 도우미를 두게끔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는 이보다 추가로 도우미를 배치해야 한다.

안 소장은 워킹스쿨버스 도입 확대도 제안했다. 워킹스쿨버스는 교통안전지도사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어린이를 데리고 안전하게 등하교하는 집단 보행 시스템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다대초 신촌초 청동초 가산초 가평초등학교에서 워킹스쿨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 통학로가 열악한 곳에서 워킹스쿨버스를 운영하고 있어 학부모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시간에 맞춰 함께 모여 통학하다 보니 신청하는 학생이 많지는 않다”고 한계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스쿨존 내 공사현장에 뚜렷한 규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시 조례와 구·군 조례(강서구 제외)에는 ‘스쿨존 내 공사현장에 대해 필요 시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거나 요구할 수 있으며 공사시방서 등에 명확하게 기록해 반영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이 있지만 강행 규정이 아니어서 현장에서는 효과가 거의 없다. 부산진구 관계자에 따르면 취재진이 부전초를 찾은 다음 날 관계기관 직원들이 아파트 공사 현장을 방문해 등교 시간에는 공사를 중단하고 통학 시간대에 신호수를 더 늘려 배치하는 등 시공사 측과 협의했다.

구군에서는 주로 사업 인·허가 단계에서 건축부서가 교통부서와 같은 협의부서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는 방식이다. 착공될 때 협의부서에는 의견 수리가 됐다면 이를 통보한다. 착공 이전에 협의가 이뤄지는 만큼 민원이 들어오기 전까진 시공사 측에 스쿨존 내 안전 조치 등을 요청하는 것이 대체로 드물다는 것이다. 한갑용 부산진구의원은 “스쿨존 안에서 공사가 이뤄지고 있으면 학생 통학에 대한 안전 대책을 미리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정춘숙(용인병) 의원이 교육환경보호구역(학교 경계로부터 200m 안)에서 공사 시행자는 학교장과 학부모 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안전하게 통학하는 데에 필요한 조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상임위 전문위원은 ‘공사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규정토록 해 학생의 안전한 통학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취지가 타당하다’고 심의했다. 그러나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이번 국회에서도 계류 중이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스쿨존 내 공사 현장이 계속해 생기므로 공사장 안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수영구 망미초등학교는 정문으로부터 65m 남짓 떨어진 곳에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 구역에는 기존 건축물 일부가 철거돼 있다. 공사 가림막 옆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많았다. 해운대구 해운대초등학교는 정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안(스쿨존 기준)에서 최근 3년 사이 아파트 단지 3곳이 준공됐다. 또한 학교 인근 아파트·오피스텔 공사장과 재건축 예정 부지도 있다. 해운대초의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하교할 때 공사가 이뤄질 때도 많다. (아이들까지) 세세하게 생각하지 않고 공사하는 분위기”라며 “공사 예정 부지가 많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영상=김채호 PD

※제작지원 : BNK부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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