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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챙긴 백신 과학·안전 우린 없었다"

백신 리포트 시즌2 <14>

전문가 학자 '작심 발언'

의학 만능주의가 만들어낸 실책

과학 근거한다는 주장은 허상

백신안전성위원회 허점도 곳곳에서

안전 불감, 부적절한 인과성 판단 과정도 도마에

우리정부 AZ 우려 무시하는데 노르웨이는 제약사 사과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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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코로나19 백신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학자와 전문가 주장이 잇따라 나왔다. 이들은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백신 정책이 효용성을 지나치게 추구한 나머지 안전성을 잃었으며, 이후 발생한 문제에 대처하는 과정도 실증성과 과학적 타당성을 잃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목소리가 이목을 끈 것은 지난달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 국가의 역할은’ 정책 간담회에서였다. 당시 코로나19 백신 피해자와 가족, 국회의원 등이 모인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작심하고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의학 만능주의가 만들어낸 실책

당시 첫 주제 발표에 나선 김윤(의료관리학) 서울대 의과대 교수는 “최근 이뤄진 추가 접종 비율을 보면 10~30% 수준에 머물러 국민의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을 알 수 있다”며 “국가가 국민에게 백신 피해에 대해 납득할 만한 보상과 설명을 하지 못한 것도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반면, 팬데믹 초기부터 이뤄진 기초 접종률은 90%를 넘어섰다.
추가 접종 비율이 기초 접종 비율에 비해 현저히 낮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엿볼 수 있다. 김윤 교수 제공
김 교수는 질병관리청이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 간 인과성을 판정할 때 사용하는 판정 등급 기준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질병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에는 일반적 백신 접종과 부작용 간 인과성 판정 등급으로 ▷1:관련성이 명백한 경우 ▷2:관련성에 개연성이 있는 경우 ▷3:관련성에 가능성이 있는 경우 ▷4: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5:명확히 관련성이 없는 경우 등 5가지를 유지했다. 이 중 1~3 판정은 인과성이 인정되고, 4, 5 판정은 인과성 없음으로 판정 결과가 난다. 김 교수는 “당시 정부가 4 판정을 하면서 질병과 백신 간 인과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인과성 없음 판정을 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상황은 더 나빠진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정부가 아예 인과성 불분명 사유인 ‘백신에 의한 가능성이 불명확한 경우’와 인과성 없음 사유인 ‘백신보다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4 판정 기준으로 한 데 묶었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판정 기준 탓에 많은 백신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했고, 이 때문에 4 판정은 다시 ▷4-1:백신과 이상 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와 ▷4-2:백신보다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로 나뉘게 된다. 김 교수는 “이후 4-2 판정은 기존의 인과 관계가 없는 경우에 포함되고, 4-1은 다시 개정 전 기준의 4 불분명한 경우로 넘어가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질병청이 4를 4-1, 4-2로 다시 나눈 것은 애초 백신과 이상 반응 간 인과성 판단 기준 개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지난달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 국가의 역할은’ 정책 간담회에서 김윤(의료관리학) 서울대 의과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김 교수는 백신 피해 인과성 판정의 또 다른 문제는 백신 접종 이후 기존 질환이 악화한 경우 이를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고 봤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병이 있는 이가 백신 접종 이후 혈전이 생겼다면, 해당 혈전은 기존 질환의 악화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백신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질병청은 주로 백신 접종자가 기저질환이 있으면 접종 이상 반응을 기저질환에 의한 문제로 보고 백신 부작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독일 프랑스에서는 백신 접종 이후 기존 질환이 악화한 경우 일반적인 질병의 경과가 아니라면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한다.

김 교수는 “백신 부작용의 인과성 판정 때 의학적 판단에 만 기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조언한다. 백신 접종 초기 많은 부작용이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단기간에 개발돼 부작용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관련 자료와 연구가 쌓이면서 심근염, 혈전증, 이상자궁출혈 등의 부작용 인정 사례가 생겼다. 이는 백신 피해 판단 때 의학적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는 태도의 허점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질병 체계 전문가들은 의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이상 반응은 백신과 인과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관련 피해자를 보상 대상으로 인정하지도 않는 전문가 중심주의를 견지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과학 근거한다는 주장은 허상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심사위원이었던 강윤희 박사는 이날 “정부가 백신 부작용에 대한 모든 정책은 과학에 기초해 있다고 자신하지만, 사실상 관련 과정과 판단의 상당수가 과학적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강 박사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정책은 유효성보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데, 정부가 그 대원칙을 놓쳤다”며 실례를 제시했다.

정부가 가장 뼈아픈 사례는 해외에 비해 너무 많이 발생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피해다. 2021년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AZ 사망 사례가 400건·중증 피해 사례가 5000건가량 보고됐고, 일본은 같은 백신의 피해 사례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당시 한국은 AZ 백신을 2000만여 회분 접종했고 일본은 같은 백신을 11만 회분 접종했다. AZ 백신은 임상시험 중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는데, 그래서 미국은 아예 국내 반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일본은 AZ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계약한 1억2000만 회분의 상당수를 접종 처리하지 않았다. 국민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사망 중증 환자 보고 건수가 일본의 같은 백신 피해 건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강윤희 박사 제공
우리나라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AZ 백신이 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도 30대 이상 국민에게 계속 이 백신을 제공했다. 이 같이 조치하는 나라는 AZ 백신을 개발한 영국 이외에 어느 곳도 없었다. 반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AZ 백신 접종을 시작한 노르웨이는 이 백신 부작용으로 혈전증이 보고되자 자체 조사를 해 자국 내 의심 사례 5건을 찾았다. 노르웨이 피해보상 전문위는 이 중 3건이 백신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고, 정부는 즉각적으로 AZ 접종을 중지했다. AZ 제약사는 이후 노르웨이 내 이 백신 접종 사망자에게 직접 사과해야 했으며, 유럽 내 여러 국가의 노력으로 2022년 8월 이 회사는 백신 사업에서 철수하게 된다. 강 박사는 “노르웨이 사례는 한 국가의 백신 시스템이 얼마나 정상적으로 잘 작동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평가했다.

강 박사는 우리 보건 당국은 자국 사례를 근거로 안전성 조처를 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식약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 백신 이상 사례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매달 안전성 요약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토대로 백신 부작용이 발굴된 적은 없다고 한다. 반면, 유럽의약청(EMA)은 비슷한 안전성 요약 보고를 토대로 여러 개의 백신 부작용을 발굴했다.

2021년 12월 30일 질병청이 공개한 한국과 일본의 모더나 백신 사망자 수 자료를 보더라도 이런 문제는 극명하다고 강 박사는 주장한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모더나 백신 사망자(109명)가 일본(59명)보다 많다. 접종 횟수 대비 사망자를 따져봐도 우리나라 사망자가 일본 사망자 숫자의 3배에 달했다. 강 박사는 “당시 일본은 자국 내 백신 이상 반응 모니터링을 통해 모더나 백신 접종 이후 심근염 발생을 발견하고 모더나 백신의 30세 미만 접종을 금지했다”면서 “한국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이런 발굴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가 백신 피해와 관련한 조처를 하고 한 달 뒤 같은 조치를 시작했다. 조치가 이뤄지기 전 한 달 사이에 국내에서는 청소년 접종이 시작됐고 젊은이들은 2차 접종을 받았다”면서 “우리 정부는 이 시기에 방역 패스 정책을 폈는데, 예외 규정이 협소해 1차 접종 때 이미 심근염 우려 증세를 보인 이들 중 상당수가 어쩔 수 없이 2차 접종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모더나 백신은 1차 접종보다 2차 접종 피해가 큰 백신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 국가의 역할은’ 정책 간담회에서 강윤희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백신안전성위원회 허점도 곳곳에서

간담회장 밖에서는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 간 인과성 평가의 과학적 기준 마련을 위해 2021년 11월 독립기구로 출범한 백신안전성위원회의 문제점도 거론됐다. 이덕희(예방의학과) 경북대 의대 교수는 “위원회가 백신 접종 뒤 9개월을 전체 관찰 기간으로 잡은 뒤 1, 2달을 위험 기간, 그 이후 기간을 대조 기간으로 설정해 두 기간의 질병 발생률을 비교하는 것 같다”면서 “이런 분석의 대전제가 되는 백신 접종 뒤 1, 2달 안에 발생하는 문제만 백신 부작용으로 간주하겠다는 논리는 허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mRNA 백신은 그 성분이 각종 장기에서 검출된다”며 “저농도 장기 노출로 인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접종 뒤 1, 2개월까지만 위험기간으로 간주하는 연구 결과가 백신 부작용 인과성 평가의 근거로 사용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질병청이) 신경계 염증 반응의 결과로 생기는 질병들을 따로 분석해 인과성을 판단하는 것은 오류”라며 “mRNA 백신 성분이 혈관을 타고 신경에 도달했다면 사람에 따라 다양한 질병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EMA FDA 등 해외 기관이 인과성을 인정한 질환이 국내 접종자에게 나타나는 빈도를 연구하는 안전성위원회 연구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유럽의약품청은 보고서를 통해 접종 이후 발생하는 질환의 빈도를 연구한 결과는 인과성을 인정하는 유일한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에 국내외 의학 전문가들도 “백신 접종 이후 발생 빈도가 높거나 증가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정 질병이 백신과 인과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며 “백신 부작용 연구가 빈도가 낮은 다양한 개별 사례까지 고려해 진행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지난달 25일 코로나19 백신 피해보상전문위원회 해체와 질병청 국정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삭발식에 참여한 백신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코백회 제공
●안전 불감, 부적절한 인과성 판단 과정도 도마에

도를 넘은 국내 의학계의 안정성 불감증도 문제로 지적된다. 앞서 코로나19 백신 후유증으로 혈전증과 이상 자궁 출혈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 몇몇 의료계 관계자들이 “백신 부작용이 아니다”고 단정적으로 말해 논란을 야기했다. 이후 이 질병들은 백신과 인과성이 있다고 결론 났다. 국내 한 의학 전문가는 “2021년 7월 서울대병원의 한 순환기 내과 교수는 AZ 백신을 맞고 혈전증에 걸릴 가능성이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며 “전문가는 절대 확률이 낮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인과성 판단 주체와 절차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위원들이 피해 보상 여부를 판단하는 위원과 인적으로 중복되면서 인과성 판단이 보상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한 역학 조사관은 “사실 두 판단은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게 맞다”라면서 “인과성 판단이 의학적 판단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보상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의학적 판단을 비롯해 사회 과학적 판단을 아우르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 의학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 구성으로는 제대로 된 판단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백신 피해자와 가족들은 인과 관계 심사 과정의 투명성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백신 부작용 피해와 보상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이 공개되지 않다 보니 해당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두고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감사원에 관련 감사 청구를 요청했지만, 기각 처리됐다. 급기야 인과성 심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역학 조사관의 폭로가 나오자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는 질병청을 상대로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 해체를 요구하고 관련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피해자들은 “위원회가 감염병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져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의학·과학적 판단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우월주의가 억울한 피해자들이 두 번 고통을 겪게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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