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입생 환영회·동아리모임 뜸해
- 문 닫는 주점 늘며 상인도 한숨

지난 25일 오후 부산대 인근의 한 주막. 10년 넘게 1만 원 이하의 저렴한 안주를 팔아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 ‘만남의 장소’로 여겨지던 곳이다. 코로나 유행 전까진 새벽 3시를 넘어서도 생일주 군입대주 등으로 술잔을 부딪는 대학생이 많았지만 요즘은 1만 원 이하 안주는 거의 사라졌다. 김치전 부추전 등 7000~8000원이던 전 종류는 1만~1만2000원으로 올랐고 김치찌개도 9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인상됐다.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 가득 담겨 나오던 막걸리도 6000원에서 7000원이 됐다.

대학 시절 낭만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주점을 찾은 졸업생들은 부쩍 오른 가격에 깜짝 놀랐다. 3년 전 졸업한 이유정(28) 씨는 “오랜만에 찾았는데 안주 가격이 2배는 뛰어 물가가 많이 오른 걸 실감했다”며 “5000원짜리 안주를 시켜 세상 이야기하던 그때가 그립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점은 대학문화를 상징하는 장소로 꼽힌다. 졸업생에게는 추억의 장소이며, 재학생에게는 중요한 커뮤니티 장소 역할을 했다. 하지만 대학 1, 2학년부터 취업 준비 등으로 선·후배가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사라진 데다 물가 상승으로 대학 생활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 주점대표 A 씨는 “사실 김치전 1장에 5000원 받을 때가 더 많이 남았다”며 “지금은 식재료나 가스비에 매출의 80%이상이 들어간다. 예전의 시끌시끌하던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문을 닫는 주점도 부지기수다. 한때 부산대 일대에 3호점까지 운영하던 한 전통주점은 현재 1·2호점을 닫았다. 대표 B 씨는 “지난해 LPG 가격이 인상되면서 장사를 접기로 했다. 가스비부터 식재료비까지 줄줄이 오르니 학생들 상대로 저렴하게 팔아서는 이윤이 안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음주 문화도 달라져 예전과 달리 신입생 환영회나 동아리 모임 등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소주·맥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소식에 대학가는 근심에 빠졌다. 정부는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을 지난해보다 ℓ당 30.5원 인상하겠다고 밝혔고, 소주는 원재료인 타피오카와 유리병 등 원가가 오르며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머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주점 관계자는 “가뜩이나 손님이 없는데 술값이 또 오른다면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