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전월세보증금 대출을 실행할 때 금융기관이 계약서상의 내용 이외에는 면밀히 따져보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 대출 사기를 벌인 20대 일당이 대거 징역형에 처해졌다. 이들은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지인을 ‘사탕발림’으로 꾀어 임대차 계약을 맺게 하며 1억 원 넘는 빚에 시달리도록 만들었다.

21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주영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6명 중 B 씨는 징역 1년 4개월, C 씨는 징역 8개월에 처했다. 다른 3명에겐 징역 8개월 집행유예 1년, 또 다른 한 명에겐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이 떨어졌다. A 씨 일당은 허위 전세계약을 이용해 금융사로부터 대출금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부산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동산 매물 정보가 빼곡히 부착되어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국제신문DB

판결문을 보면 A 씨 일당은 지난해 4월 가짜 전세계약을 체결해 금용기관으로부터 ‘청년전월세보증금 대출’을 신청한 뒤 그 돈을 갖기로 공모했다. 이를 위해 A 씨는 자신의 범행을 도와줄 주택 소유자를 ‘허위 임대인’으로 모집했다. A 씨는 ‘향후 얻게 될 대출금 일부를 나눠줄 테니 허위 계약 작성에 나서달라’며 집 주인을 범행에 가담시켰다. 전세계약에 필요한 서류도 A 씨가 준비했다. 동시에 B·C는 전세대출을 실행할 임차인을 구했다.

C 씨는 지인 중 한 명인 D 씨를 허위 임차인으로 꾀었다. D 씨는 인식능력이 미약해 사리분별이 또렷하지 못했다. C 씨는 “유튜브 영상 편집 사업을 함께 하자. 사업을 진행할 공간이 필요하니 너의 명의로 전세계약을 하고, 대출금을 받으면 그 이자와 원금은 사업을 해서 갚자”며 D 씨를 꼬드겼다. 이밖에도 C 씨는 D 씨에게 유튜브 사업 명목으로 “컴퓨터 대출비를 빌려달라”며 1070만 원을 뜯어냈다.

이 말에 속은 D 씨는 같은 달 10일 경기 안양시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임대인으로 가장한 집 주인과 계약금 1500만 원, 잔금 1억6500만 원짜리 아파트 전세 계약서를 작성했다. C 씨는 이 계약서를 한 금융기관에 제출해 청년전월세보증금 대출을 신청, 1억 원을 송금받았다. 그러나 계약이 이뤄진 집에는 이들과 무관한, 실제 임차인이 살고 있었다.

A 씨 일당은 똑같은 수법으로 재차 1억 원을 부당 수령했다. A 씨 일당은 같은 달 21일 경기 파주시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또 다른 가짜 임대인·임차인을 통해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허위 계약서에 속은 금융기관은 약 일주일 뒤인 그 달 28일 일당에게 대출금을 보냈다.

일당 대부분은 20대 초반이다. 이들은 금융기관이 청년전월세보증금 대출 실행 여부를 결정할 때, 계약상 임대인과 임차인이 실제로 집을 빌려 활용할 의사 또는 능력이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박 판사는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공모해 허위 전세계약을 이용해서 금융기관에 전세금 대출을 신청한 후 대출금을 편취한 것으로, 편취금액이 2억 원에 이르고 서로 역할을 나누어 치밀하게 공모했으며 피해회복도 완전히 되지 않아 죄질 및 정상이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