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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 恨 푼 판사 27년 법복 벗는다

지역 법관인 한영표 법원장

오는 19일 임기 마치고 퇴임

부림사건 재심 판결로 유명

"공정재판 위해 영화 안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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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법관으로 활동하며 부림사건 재심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온 한영표(57) 부산가정법원장이 오는 19일 27년의 판사 생활을 마치고 물러난다.

한 법원장은 2014년 ‘부림사건’의 재심을 맡아 3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로 유명하다. 부림사건은 1981년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부산 최대 공안사건이다. 2013년 개봉한 송강호 주연의 영화 ‘변호인’의 소재이자, 사건 변론을 맡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

한영표 부산가정법원장. 국제신문DB
유죄 판결을 받은 고호석 전 전교조 부산지부장 등 5명은 2012년 8월 재심을 신청했다. 한 법원장이 부장판사로 있던 부산지법 형사항소2부는 2014년 2월 13일 재심을 청구한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 자백을 했으나 진술서가 상당 기간 지나 작성됐고 불법구금 기간이 오래돼 증거능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였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재판이기에 선고에 부담이 느껴질 법도 했지만 한 법원장은 자신의 신념대로 판결했다. 한 법원장은 “선고 시기가 인사를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보수 정권이 집권하던 시절이다 보니 다음 재판부에 넘기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권유가 있었지만 제가 선고 하고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최선을 다해 살펴 억울함이 없도록 하자는 생각이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영화 ‘변호인’을 멀리하기도 했다. 한 법원장은 “저 역시 영화를 보지 않았고 배석 판사들에게 영화를 보지 말라고 했다. 법리 대신 감정에 빠진 재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오로지 기록만 보자고 다짐했다”고 회상했다.

2017년에는 부산시가 해운대초등학교 앞에 고층 건물을 짓게 해달라는 시행사의 건축허가를 반려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려 관심을 모았다. 당시 이 학교는 하루종일 건물 그늘에 가린 운동장 등으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었는데, 한 법원장은 학습권, 일조권 같은 공공 복리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선고에 임했다고 한다.

한 법원장은 부산 법무법인 우람으로 이동한다. 그는 “가정법원장으로서 아이들을 위한 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퇴임 후에도 끈을 놓지 않고 부산과 부산의 아이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동아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한 법원장은 사시 32회(연수원 22기)를 통과하고 1996년 부산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창원지법 밀양지원장 ▷부산고법 판사 ▷부산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내며 다양한 재판 업무를 담당해 재판 실무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7년 법관 생활 중 대전지법 천안지원장을 지낸 2년을 빼면 모두 부산·경남 지역 법관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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