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랑아 착취해 편취한 돈, 정치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

영화숙·재생원의 흔적들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정지윤 기자
  •  |   입력 : 2022-12-22 19:51:22
  •  |   본지 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원장, 인근서 여러 기업체 운영
- 자녀가 물려받아 운영하는 곳도
- 차남은 22년 전 국회의원 출마
- 자서전서 “정치인인 백부 위해
- 아버지, 여러 사업 벌였다” 언급

부산지역 부랑인시설로 인권유린의 시초인 ‘영화숙·재생원’ 이순영 원장이 소유했던 기업체나 토지 일부가 아들 등 일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숙 운영 당시 이 원장은 10년 이상 구호물품을 횡령해 되팔아 개인 명의의 땅을 산 혐의 등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21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 인권센터에서 영화숙·재생원 생존 피해자들이 ‘부산 영화숙·재생원 생존자 협의회’ 결성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이 원장은 법인이 해산한 1977년 전후로 사하구(당시 부산시 직할 사하출장소) 신평·장림동 일대에서 여러 기업체를 운영했다. 축산업체인 J 사와 사료 혼·배합 제조업체인 D공업, 소·돼지를 키운 J 농장 등이다. 모두 영화숙 근처에 있다.

한 차례 업체명을 바꾼 D 공업은 현재도 신평동에서 공장을 운영한다. J 사는 부산진구로 옮겨 무역업체로 운영되다 2008년 폐업했다. J 농장은 자취를 감췄는데, “돼지·소에게 밥을 먹이고 축사를 관리했다”고 증언한 생존피해자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강제노역이 이뤄진 곳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업체는 장남 A(69) 씨와 차남 B(66) 씨가 대표 자리를 이었다. 장남이 D 공업을, 차남이 J 사를 물려받았다. 1981년 1월 이 원장이 사망한 뒤 승계했다. 이들의 동생 C(58) 씨도 J 사 등기 이사로 재직했다. B 씨는 폐업 이후 또 다른 산업체 대표를 지냈는데, 옛 영화숙·재생원이 자리한 부지(현 신평동)에 주소를 뒀다.

B 씨는 정치인으로도 활약했다. 한나라당 전 대표최고위원 특보 출신으로 2000년 무소속으로 부산의 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애초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었지만 ‘공천 헌금’ 논란에 휘말려 공천이 취소됐다. 헌금을 마련하려고 땅을 팔았다는 의혹에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으나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출마 당시 B 씨는 공보물에 ‘한국 최대의 사회사업가 이순영 님의 차남’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부산진에서 야당 3선 국회의원으로 독재에 항거하다 고문으로 불구가 된 백부 이모 의원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야당 정치를 알게 됐다’고도 밝혔다.

2003년 출간한 자서전에는 아버지가 큰아버지의 정치 자금을 대기 위해 여러 사업을 벌였다고 쓰여 있다.

전남 장성이 고향인 이 전 의원은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했다. 마찬가지로 전남 장성이 본적인 이 원장은 광주의 조선대와 육군보병학교를 다니는 등 부산과는 연고가 없었다. 그러다 1958년 사하구(당시 서구) 구평동에 있던 한센인 밀집촌 ‘성화원’ 원장을 맡게 됐다. 직전 원장은 민주당 경남도당 선전부장이던 이 전 의원이며, 그 해 국회에 입성했다. 이 원장은 1961년 11월 영화숙 원장으로 취임, 1977년 법인 해산 전까지 운영했다. 영화숙은 1968년 부산시로부터 부랑인 수용 업무를 공식 위탁받은 첫 번째 법인이다. 부랑아 시설인 ‘영화숙’과 부랑인 시설인 ‘재생원’을 합해 한때 최대 약 1200명이 수용됐다.

학계는 이 원장이 이 전 의원의 후광에 힘입어 부산지역 ‘부랑인 비즈니스’의 정점에 설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수용인 관리를 위해 시의 보조금과 동시에 외부의 구호물품을 팔아 재산을 쌓기도 했다. 이 원장은 12년간 구호물품을 횡령해 개인 명의의 땅 등을 산 혐의로 1970년 구속된 바 있다.

이 원장에 대해 장남은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서울 친척집에서 살아 아는 게 없다. 20대 때 군대에서 전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셔서 본 적도 적다”고 말했다. 차남은 “몸이 아파서 미국에 와 있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아파트분양 성적표 희비…상승여력 높은 단지 청약 몰렸다
  2. 2동아대 의대 휴진 결정…‘빅5’ 병원 무기한 셧다운 확산
  3. 3옛 부산외대 땅 개발 ‘일단 정지’
  4. 4데이터센터 전기 신청 폭증…땅값상승 노린 허위도 기승
  5. 5[르포] 건네받은 생수 벌컥벌컥…“펄펄 끓는 땅, 박스 없인 못 앉아”
  6. 6초량상가시장 건물 경사로 와르르…위엔 80세대 아파트 ‘아찔’
  7. 7억울한 옥살이 3년, 노래로 풀어낸 사연
  8. 8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에 110만 관객 ‘역대 최대’
  9. 9‘1의원 1보좌관제’, 부산시의회 의장 선거 주요 이슈로
  10. 10[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선미·나연·권은비…올 여름 ‘서머퀸’ 누가 될까
  1. 1‘1의원 1보좌관제’, 부산시의회 의장 선거 주요 이슈로
  2. 2李 서울~수원 오가며 주 4회 법정 설 수도…당무차질 불가피
  3. 3檢 ‘쌍방울 대북송금’ 이재명 기소…제3자 뇌물 등 혐의
  4. 4野 반쪽 법사위 ‘채상병특검법’ 상정 강행…與 “거부권 건의”
  5. 5韓-카자흐 핵심광물 공급망 MOU “韓기업 우선 개발”
  6. 6민주 당헌·당규 개정, 당내 우려에도 ‘착착’
  7. 7野 “대통령 정적 죽이기”…與 “李 지키려 사법부 장악”
  8. 8‘미래부시장 체제’ 부산시 조직개편안 가결
  9. 9문체위원장 된 전재수 “부산 성장동력 찾겠다”
  10. 10혁신당, 엑스포 국조 시동…부산 여야 ‘정쟁 도구화’ 우려
  1. 1아파트분양 성적표 희비…상승여력 높은 단지 청약 몰렸다
  2. 2데이터센터 전기 신청 폭증…땅값상승 노린 허위도 기승
  3. 3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에 110만 관객 ‘역대 최대’
  4. 4삼정타워서 쇼핑 축제 즐기세요
  5. 5세계 ‘데비안 개발자’ 부산서 학술행사
  6. 6국내 기업 10곳 중 4곳, 번 돈으로 이자 감당 못해
  7. 7주가지수- 2024년 6월 12일
  8. 88월 분양 광안2구역 ‘드파인 광안’, 3.3㎡당 3300만 원까지 오르나
  9. 9부산 모빌리티쇼, 완성차 브랜드 7곳 차량 59대 선보인다
  10. 10에어부산 분리매각 선 그은 산은 회장 “대한항공 소관”
  1. 1동아대 의대 휴진 결정…‘빅5’ 병원 무기한 셧다운 확산
  2. 2옛 부산외대 땅 개발 ‘일단 정지’
  3. 3[르포] 건네받은 생수 벌컥벌컥…“펄펄 끓는 땅, 박스 없인 못 앉아”
  4. 4초량상가시장 건물 경사로 와르르…위엔 80세대 아파트 ‘아찔’
  5. 5억울한 옥살이 3년, 노래로 풀어낸 사연
  6. 6“차등전기료 부산에 기회…첨단기업 유치할 경쟁력 갖춰야”
  7. 7“공공건물에 소아과 개원하실분” 인프라 부족에 부산 동구 나섰다
  8. 8100억 횡령 우리銀, 금감원 조사 착수…임원에 관리책임 물을까
  9. 9“공무원이면서 기업의 일원으로…가교역할 큰 보람”
  10. 10오늘의 날씨- 2024년 6월 13일
  1. 1‘에어컨 없는’ 올림픽 선수촌…韓선수단, 쿨링재킷 입는다
  2. 2달라진 한현희…시즌 첫 QS, 이적 후 최다 9탈삼진
  3. 3협회장배 고교축구, 수원 매탄고 우승
  4. 4막강 공격력 매탄고, 4년 만에 ‘고교 월드컵’ 제패
  5. 5백승주 매탄고 감독 “선수들, 경기 주도권 잡는 플레이 펼쳐”
  6. 6MVP 매탄고 임현섭 “팀원 대표로 수상…프로팀 진출 포부”
  7. 7원정 중국 관중 비매너 야유에…손흥민 ‘3-0 손동작’ 침착한 응수
  8. 8한국 근대5종 세계선수권서 남녀 계주 동반우승
  9. 9U-19 축구대표팀 중국에 일격 당했다
  10. 10용병 공백 못 메운 KCC 2연패 수렁
우리은행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 윤인숙 공동대표
슬기로운 부모교육
규칙적 습관, 사소한 성취에 박수…다그치면 적응 힘들어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