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점 없어 보행개선 사업 난항

부산 남구가 못골시장 보행환경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시장 상인과 주민 의견 대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주민은 좁은 골목길에 차량과 보행자가 뒤엉켜 혼잡한 탓에 도로와 인도 구분이 시급하다는 입장이지만, 상인들은 단차가 생기면 영업용 차량 상·하차가 어려워 자칫 생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산 남구 못골시장 보행환경 개선 사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14일 좁은 통행로에 차량과 보행자가 뒤섞여 혼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14일 오후 남구 못골시장 좁은 골목에는 차량과 마을버스가 쉴 새 없이 밀려들었다. 차도 양옆에는 선을 그어 표시한 약 80㎝ 폭의 보행로에도 주·정차 위반 차량이 세워져 있어 무용지물이었다. 보행자들은 주차된 차와 가판대를 피해 차도로 통행했고 차도는 차량과 보행자로 혼잡했다.

남구는 안전한 통행로 조성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못골시장 보행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으로 시작해 올해 실시설계 용역을 마쳤다. 구는 지난 1월 양방향 통행을 일방통행으로 변경했으며, 준공 예정은 내년 12월이다.

그러나 공사를 앞두고 시장 상인과 주민이 ‘보도 단차 설치’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주민은 보도 단차를 설치해 보행 안전성을 확보하자는 반면 상인들은 영업용 차량을 이용한 상품 상하차가 불가능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주민 권모(50대) 씨는 “좁은 골목길에서 차가 경적을 울릴 때마다 깜짝 놀란다. 단차를 높이면 차량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 안전하게 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인 김모(60대) 씨는 “지금처럼 영업용 차량을 댈 수 없으면 골목 밖에서 손수레로 무거운 상품을 옮기거나 상·하차하는 동안 차량 통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단차 없이 포장재료를 아스팔트와 벽돌로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남구는 보차도 구분 위해 표지병(운전자가 차선을 인식할 수 있도록 빛을 반사하는 설치물)을 설치했다가 시장 방문한 노인들이 걸려 넘어져 철거하기도 했다.

구는 올해 공청회를 4회 이상 진행했지만 의견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구 관계자는 “위험하고 불편하면 전통시장을 찾지 않기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행환경 개선은 필요하지만, 생계와 밀접한 부분이라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구슬 남구의원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