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부산 사하구 구평동 일대에 출몰해 주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들개가 점차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구평동을 중심으로 포획되던 들개가 인근 다대포동과 감천동에서도 잇따라 잡히고 있다. 사하구는 관련 민원이 빗발치자 예산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 들개의 서식지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주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 사하구 구평동 일대에 나타난 들개들. 주민 제공

사하구는 지난달 다대동과 감천동에서 각각 들개 31마리, 18마리를 포획했다고 15일 밝혔다. 2019년 9마리, 3마리에서 불과 3년 새 344%와 600% 이상 늘었다.

이 들개들은 인근 구평동에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구평동 들개는 러시아 선원이 입항하면서 유기한 개체가 번식하면서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로 러시아 선박 입항이 제한·축소되면서 들개 문제가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예상과 달리 인근 지역에서 발견·포획되는 횟수가 되레 폭증하고 있다. 사하구는 2019년 관내에서 42마리의 들개를 포획한 데 이어, 이듬해는 집중 포획 사업을 벌여 98마리를 잡아들였다. 이 덕분인지 지난해 포획수는 41마리로 다소 줄어드는 듯했지만, 올해는 지난달까지 79마리가 잡혔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구평동 박종호 주민자치위원장은 “야산에 살던 들개가 밤이 되면 민가로 내려오기도 한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곳까지 개가 내려오니 밤에 집밖에 나가기 무섭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걱정했다.

사하구는 올해 1500만 원을 들여 들개 포획사업을 추진 중이다. 내년도에도 들개 관련 민원이 증가할 경우 포획 작업을 진행하는 민간업체를 2곳에서 3곳으로 늘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구 김은이 경제진흥과장은 “구평동 봉화산을 중심으로 들개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구 통합관제 CCTV를 활용해 들개 출몰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사하소방서와 유기동물 구조 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개체수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