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거래가 줄어들면서 부산의 지방세 징수액이 떨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 것과 달리 실제로는 소비·소득세의 증가로 예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이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부동산 한파가 지속되면 세수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부산지역 아파트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시는 지난달까지 징수된 지방세 총액이 4조2942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9월) 거둔 지방세 4조755억 원보다 2187억 원(5.4%) 많은 액수다. 3분기까지의 징수 목표액인 3조7587억 원보다도 5355억 원 많았다. 지난해 1년간 징수된 지방세는 5조2596억 원이다.

세무계는 지방세 징수 실적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기면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역시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건물이나 차량을 살 때 내는 취득세는 지방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통상적으로 전체 지방세의 35~40%다. 실제 지난달까지 징수된 올해 취득세는 1조2914억 원으로, 전년 동월(1조5122억 원)보다 2208억 원(-14.6%) 줄었다.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역시 1459억 원에서 1113억 원으로 23.7% 줄었다. 여기에 고유가를 잡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37%)하면서 자동차세도 지난해 4109억 원에서 올해 3595억 원으로 514억 원(-12.5%) 감소했다. 다만 부동산 등을 보유할 때 납부하는 재산세는 지난해 7916억 원에서 올해 8661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구·군이 징수하는 재산세는 집값의 영향을 받는데, 1년 새 주택 가격이 그만큼 올랐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해보다 징수액이 늘어난 건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종합소득분 법인세분 특별징수분 양도소득분) 대부분이 증가한 덕이다. 지방소비세는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면서 소비가 늘어난 데다 물가까지 오른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올해 들어 2단계 재정 분권에 따른 세율 인상(부가가치세의 21%→23.7%)까지 시행됐다. 지난해 9월까지 7987억 원이 걷힌 지방소비세는 올해 같은 기간 1조790억 원이 징수됐다.

지방소득세도 8401억 원으로 지난해(7149억 원)보다 17.5% 늘었다. 전년 동기 72억 원에 그친 레저세도 올해 현재까지 620억 원을 기록하면서 548억 원이나 대폭 증가했다. 취득세 감소분을 소득·소비세 증가분이 메우면서 결과적으로 징수액 전반의 상승을 이끈 셈이다.

적어도 올 한 해는 지방세 부족으로 자치사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 거래량이 현재 수준에 머물고, 향후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내년부터는 지방세입이 정말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추가로 단행돼 소비가 줄어들고, 부동산 거래 절벽 해소가 늦어진다면 세수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