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수구지심(首丘之心)’. 현대 조각계의 산증인이자 거장인 김영원(75) 선생이 ‘마음의 고향’인 경남 김해에 가칭 ‘김영원조각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김영원 (오른쪽으로 5번째)거장이 지난 2일 김해시문화의전당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해시 제공

홍익대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하고 교수를 지낸 김 선생은 서울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을 비롯해 호암미술관 ‘오수’, 해군사관학교 ‘이순신상’ 등 무수한 걸작을 완성한 거장이다. 김 선생은 지난 2일 김해시를 방문해 홍태용 시장을 만나 조각공원 조성 의사를 밝혔다. 시는 문화의전당 부지에 조각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문화의전당 주변에는 잔디밭 등 4000㎡ 부지가 있다. 그동안 김해시는 여러 차례 공원 조성을 요청했는데 이번에 선생이 이에 화답했다. 시는 조각상 30~40점 기증을 요청한 상태다. 조각 외에 회화작품 다수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시 진영읍의 중·고교를 졸업한 선생에게 김해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실제 고향은 인근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이지만 선생의 선산은 김해시 장유 유하동에 있다. 자신의 가묘도 이곳에 마련했을 정도로 김해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김 선생은 “그동안 서울 등 여러 곳에서 공원 조성 제안이 있었지만 유년 시절 기억이 살아 있고 선산이 있는 김해로 정했다”며 “김해시의 조각공원 조성 청사진을 보고 기증 작품 수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선생은 고교 시절 수로왕릉 앞에서 열린 동아대 주최 조각대회에서 첫 입선을 해 조각가의 꿈을 키운 인연이 있다.

시는 다음 달까지 조각공원 구상 계획을 선생과 협의한 뒤 연말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내년 공원 조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선생의 작업실에 다수의 조각과 회화작품이 소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서울시 공모로 완성한 세종대왕상은 작품가가 20억 원에 이르며, 작품당 평균가는 10억 원 수준인 것으로 김해시 관계자는 전했다. 홍태용 김해시장은 “김해와의 인연을 잊지 못하고 자기 작품을 고스란히 기증하기로 한 선생의 높은 뜻에 감동했다”며 ”거장의 작품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자산으로 널리 알려지도록 멋진 공원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생의 작품은 서울 동대문플라자, 해운대해수욕장 등 전국에 있지만 이처럼 선생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조각공원은 처음 조성한다. 2021년 1월 정부로부터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김해시는 거장의 조각공원이 문화도시로서의 품격을 높이는 교육·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