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출신 미등록 외국인가 외국인청 보호실에서 수용 중 사망한 사건(국제신문 지난달 23일 자 6면 보도)을 두고 시민단체가 ‘외국인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인권유린의 한 모습’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1일 시민단체 ‘외국인보호소 폐지를 위한 물결’ 활동가 등 30명은 부산 중구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태국인 노동자 A 씨의 사망에 외국인청의 책임이 있다며 항의 집회·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달 16일 태국 출신 미등록 외국인 A(45) 씨가 외국인청 보호실에서 수용 중 자해해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한 것을 계기로 이날 모였다.

A 씨는 그날 오전 11시께 보호실에 수용됐다. 점심 식사를 하는 등 비교적 차분한 상태였던 A 씨는 갑자기 보호실 벽에 머리를 찧는 등 자해했다. CCTV로 상황을 확인한 외국인청은 그에게 수갑 등을 채운 뒤 119를 불렀다. 처음 부산시의료원으로 향한 A 씨는 이후 열이 40도가량 올라 동아대병원으로 재차 이송되던 중 당일 오후 7시45분 구급차량 안에서 숨졌다. 그는 경남 김해에서 약 8년간 가족과 함께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A 씨가 순식간에 목숨을 잃은 점에 의혹을 제기했다. 심아정 활동가는 “이상행동·정신질환·정신병원·자해·난동·보호 조치 등 누군가에게 자행된 공권력의 폭력을 은폐할 때마다 쏟아내던 말들이 어김없이 등장했다”며 “어떻게 보호해야 단시간에 고열로 구급차 안에서 급사하느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거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화성 새우꺾기’피해자 B 씨가 연대발언자로 나섰다. 모로코 출신인 그는 지난해 6월 화성외국인보호소 직원과 마찰을 빚었다는 이유로 뒷수갑을 차고 두 발과 손을 등 뒤로 포갠 채 포승줄로 묶인 새우꺾기 자세로 특별계호실에 격리당했다. 이 탓에 보호소 측이 가혹행위를 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B 씨는 “새로운 비극은 실제론 인권 유린을 위한 강제 수용소나 다름 없는 외국인 보호소 안에서 보호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자행됐다. 그것은 이전에 나에게 일어난 일이었고, 앞으로도 일어날 일이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또 “부정의를 일삼는 법무부 산하 강제수용소는 인간을 노예처럼 취급하는 곳이다. 강제 수용소 안에서 저질러지는 범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