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하모(30대) 씨는 세 살 딸의 언어 발달이 더디다는 진단을 받자 딸을 말을 배우는 교습소에 보내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마스크를 열심히 씌웠는데 이것이 원인이라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 더 놀라운 것은 교습소에 딸과 같은 아이가 많았다는 점이다. 하 씨는 “코로나19가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영향을 줄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 살 손녀를 돌보는 김모(70대) 씨는 손녀를 최근 소아정신과에 데려갔다. 어린이집 원장에게서 손녀가 이상한 행동을 하니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영·유아의 미디어 의존성은 증가한 대신 사회성은 저하된 것으로 나타나 비대면 보육 프로그램 마련 등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제공

2일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발표한 ‘2022 부산시 보육실태조사’를 보면 코로나19가 영·유아기 자녀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5점 만점)에 학부모들은 ‘야외·기관활동 등 제한으로 인한 영·유아 미디어 의존도 증가’(3,45점)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영·유아 사회적 기술 형성(3.04점) ▷영유아 기본생활 습관 형성(3.00점) ▷대근육 발달 어려움(2.95점) 순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지역 어린이집 원장들은 ▷사회적 기술 형성(3.93) ▷언어 발달(3.93) ▷기본생활습관 형성 어려움(3.90) 순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꼽았다. 마스크 착용과 교육기관 등원 제한이 영·유아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 확인된 셈이다. 부산사회조사를 보면 2018년 29.4%이던 가정보육(사적돌봄)은 2020년 37.6%로 늘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강하라 연구위원은 “언어능력이 부족한 영·유아에게는 비언어적 표현인 ‘표정’이 중요하지만 마스크에 가려지면서 언어발달이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기관 등원이 부정기적으로 이뤄지면서 영·유아의 사회적 관계 기술이 떨어졌다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상황에서도 영유아의 발달을 지원할 수 있는 보육·양육 프로그램 개발 필요성이 제기된다. 기관이 아닌 다른 돌봄 장소에서도 영·유아가 충분히 기본생활습관과 사회적 기술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연구위원은 “미디어가 영·유아기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올바른 개입 방안 수립은 물론 미디어 시청을 대신할 수 있는 놀이 방법 등을 담은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교사 감염으로 인한 기관 운영 차질 등을 막기 위한 ‘원활한 대체 인력 지원’ 요구가 학부모 교육기관 모두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원은 시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이 대체교사의 고용 안정성을 높여 인력풀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