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관에 인사 ·징계 요구권 부여
- 정승윤 교수 “권력 민주적 통제”
- 경찰 몫 위원 우철문 부산청장
- “마지막 회의, 부임과 겹쳐 불참”
- 직원 “드러눕더라도 막았어야”

행정안전부가 경찰 통제를 본격화하자 경찰의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다. 권고안을 발표한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경찰 입장을 대변했던 1명은 우철문 부산경찰청장(당시 수사기획조정관)으로 확인됐다. 우 청장은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의에서 경찰 입장을 잘 설명했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 앞에 직장협의회 명의로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호걸 기자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21일 경찰국 신설 등 경찰 통제 방안을 담은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과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한 권고안’을 공개했다. 권고안에는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 조직 신설 ▷행정안전부 장관의 소속 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경찰 고위직 인사 제청에 관한 후보 추천위 설치 ▷외부 감사와 감찰 실질화 ▷경찰청장 등 고위직에 대한 행안부장관의 징계 요구권 부여 등을 담았다.

우철문 부산경찰청장. 국제신문DB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자문위에 참여한 부산대 정승윤(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 경찰은 검수완박 등으로 전 세계의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최고의 권한을 갖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자구책 마련도 하지 않고 반발만 하면 안 된다”며 “그간 비공식 직제였던 치안정책관을 공식화하고 인사 과정을 투명하게 해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부산외국어대 백상훈(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권이 비대해졌다고 하는데 현실에서 하던 것을 법제화했을 뿐 경찰 권한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경찰의 권한을 크게 부풀려 검수완박에 대응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경찰 권한을 통제하려면 국가경찰위원회나 자치경찰위원회(자경위) 등 있는 제도를 활용하면 민주적 통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크게 반발했다. 부산 경찰 A 씨는 “권한이 과도하다면 수사심의위원회나 자경위 등으로 분산시켜야 하는데 왜 중앙집권으로 가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한다고 해서 기대했다. 그런데 이 말은 쏙 들어가고 경찰 조직 전체를 일개 국장 소관으로 격하시키고 있다”며 “이는 14만 경찰의 자존심 문제”라고 말했다. C 씨는 “법무부 장관은 법률가 출신이라고 치자. 행정안전부 장관이 어떤 전문성으로 무슨 수사 지휘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권고안을 도출한 자문위원회에도 관심이 쏠린다. 자문위는 행안부 공무원 2명, 경찰 1명, 민간 위원 6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지난달 13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지난 10일까지 모두 네 번에 걸친 논의 끝에 이날 권고안을 공개했다. 취재 결과 경찰 입장을 대변했던 1명은 지난 13일 부산경찰청장으로 취임한 우철문 당시 수사기획조정관으로 확인됐다. 다만 우 청장은 1~3회 회의에 참석했고, 마지막 회의인 4회에는 불참했다. 우 청장은 “경찰 독립의 역사 등 다른 자문위원을 상대로 나름대로 경찰 입장을 대변했다. 경찰 입장에 공감하는 위원도 있었다”며 “그러나 마지막 결론을 내린 4회 회의에는 불참해 어떤 과정을 거쳐 권고안이 도출됐는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 청장은 “회의 당일이 부산청장으로 부임하는 날이라 기획조정관이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우 청장이 경찰 입장을 끝까지 대변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부산 경찰 D 씨는 “자문위 9명 중 경찰 몫은 단 1명이었다. 드러눕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막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우 청장은 지난달 24일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