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아들 A(30대) 씨가 아버지 B(70대) 씨를 주먹으로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 후 B 씨는 경찰에 신고했으나 아들이 처벌받을 것을 염려해 아들의 죄를 묻지 않겠다고 밝혀 사건이 종결됐다. 관할 노인보호전문기관은 “A 씨는 어머니 사망 후 아버지와 단둘이서 지내왔다. A 씨는 성인이 된 후 무직 상태가 길어지며 알코올 의존증이 생겨 이유 없이 아버지를 상습적으로 폭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가정 내 노인학대 피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가정에서 가족에 의해 학대가 벌어지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는 “가해자 처벌보다 학대 요인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5일 부산경찰청 자료를 보면 부산에서 노인학대로 사법처리된 인원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2018년 노인학대로 송치된 인원은 99명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에는 140명, 지난해에는 175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전문 기관은 팬데믹으로 인한 가정 내 갈등과 스트레스가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된 탓으로 분석한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발간한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도 코로나19 이후 노인학대가 증가한 요인으로 ▷코로나19 이후 가정 내 머무르는 시간 길어진 점 ▷코로나19 영향으로 우울장애 ▷스트레스 및 가족 갈등 증가 등을 꼽았다.

노인학대는 특히 가정 내에서 가족에 폭행 당할 때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부산에서 노인학대로 검찰에 송치된 학대행위자 175명 중 직계존속은 169명(96.5%)에 달한다. 이 중 배우자가 85명(48.5%)으로 가장 많고 자녀가 83명(47.4%)으로 그 뒤를 이었다. 친척 또한 1명(5.7%) 포함돼 있다.

가정에서 동거 가족에 의한 학대는 피해가 쉽게 감춰질 수 있고 상습·반복적으로 이뤄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는 사례는 극소수다. 현행법상 직계존속 사이에서 발생한 노인학대는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힌 때에만 죄를 물을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로 신고 접수된 전체 사례 187건 중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부산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 오주영 관장은 “학대 피해자는 가해자에 신체·경제적으로 의존할 때가 많다. 처벌을 원치 않는 것은 가해자가 가족인 이유도 있지만 본인을 돌볼 사람이 없어지는 불안함도 있을 것이다. 가해자 처벌 강화보다 피해자와 관계 개선 등 노인학대 요인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노인학대 예방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노인 범죄 예방과 인권 보호를 위한 ‘노인 안전 서포터즈’ 활동을 시작한다. 서포터즈는 북구 노인보호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16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시설과 가정 방문 시 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하면 신고하는 역할을 한다. 북부경찰서 김갑영 여성청소년계장은 “서포터즈는 드러나지 않은 노인학대를 조기에 발견해 치유하고, 학대가 심하면 경찰에 신고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