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물류 체증이 현실화하고 있다. 파업의 핵심 쟁점은 2020년 시행돼 올해 효력을 다하는 안전운임제다. 안전운임이란 화물차 기사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화주가 정해진 안전운임을 지급하지 않으면 정부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안전운임은 매년 국토교통부 화물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안전운송원가에 인건비·유류비·부품비와 적정 이윤을 더해 결정한다. 화물차 운전자들에게는 일종의 최저임금인 셈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1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화주단체 “수출기업 부담 크다”

화주단체는 ‘안전운임제’가 수출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예정대로 연말에 안전운임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무역협회 소속 화주협의회는 10일 “안전운임제 시행 전인 2017년에 비해 50㎞ 이하 단거리 컨테이너 운송 요금이 최대 42.6%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단거리 물량은 전체 컨테이너 운송 물량에서 절반(49.6%)가량을 차지한다.

화주협의회는 “물류 기업인 A사는 안전운임제로 육상물류비가 오르자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한 뒤 수출국으로 운송하는 것이 더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보고 국내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안전운임제가 화물차 기사들의 교통사고 감소에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통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2020년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부상자 수는 전년 대비 각각 2.3%와 8.2% 줄었으나 사망자는 오히려 19% 증가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10일 오후 광주 서구 기아차 생산 공장 앞에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생존권 걸린 문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연장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주장한다. 교통연구원은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화물차주(기사)의 수입이 늘고 월평균 업무시간이 줄어들어 근로 여건에 개선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컨테이너 화물차주 수입은 2019년 월평균 300만 원에서 2021년 373만 원으로 24.3% 늘었다. 월평균 근무시간은 컨테이너 화물차주가 292.1시간에서 276.5시간으로 5.3% 감소했다. 시멘트 화물차주는 375.8시간에서 333.2시간으로 11.3% 줄었다.

한 화물차 기사는 “한달에 300만 원을 벌어도 화물차 할부값과 이자 100여 만원을 내고 나면 집에 가져가는 돈이 200만 원이 안될 때가 많다. 그나마 안전운임제가 있는 덕분에 화물차 운전자의 과당 경쟁 줄어들고 화주의 운송요금 후려치기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함께 안전운임의 전 차종·전 품목 확대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화물연대와 대화를 이어가겠다면서도 화주의 의견도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제도 개선에 대한 확답을 주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이날 “안전운임제는 화주가 여러 가지 항목을 포함한 기준을 (화물 기사에게) 지급하지 않았을 때 정부가 나서 과태료를 매기는 매우 특이한 제도”라면서 “앞으로 이것(안전운임제)은 대다수 국민의 물가 부담으로 바로 오기 때문에 국민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사 자율적으로 화물연대 파업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보조를 맞춘 것이다.

10일 오후 부산 시내의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레미콘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컨 반·출입량 크게 줄어

한편 화물연대 파업으로 주요 산업 시설과 항만의 물류 운송 차질이 본격화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부산항과 북항에서 매일 대규모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항 10개 터미널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지난 9일 오후 기준 6336TEU로 집계됐다. 이는 5월 같은 시간대 컨테이너 반출입량인 2만1604TEU의 29.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상황이어서 고객 인도 역시 계속 늦어질 전망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간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매일 육송 물량 2만t 출하가 중단됐다. 전국 레미콘업체도 시멘트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재고가 바닥나 가동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