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주택이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접근성이나 생활 반경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경남 진주 혁신도시 내 LH사옥. 국제신문DB

9일 LH에 따르면 오는 17일 LH 부산서부권주거복지지사 매입임대주택 입주자 선정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LH가 다가구 등 주택을 매입해 시세의 30% 수준으로 저소득계층에게 임대하는 사업이다. 이들이 현 생활권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지원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입주자 선정을 놓고 우선순위가 부여되는데, 1순위 대상자는 ▷수급자 ▷차상위계층 ▷보호 대상 한부모가족 ▷가구원수별 월평균소득 70% 이하 장애인이다. 2순위는 가구원수별 월평균소득 100% 이하 저소득계층이다. 우선순위가 앞설수록 당첨확률이 높다.

독립한 장애인은 대부분 월평균 소득이 낮아 장애연금 받거나 수급자인 탓에 1순위 대상자인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접근성과 생활반경을 고려하지 않아 논란이 인다. 실제 이번에 부산에 공급되는 매입임대주택 물량 126세대 중 54세대에는 승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 공급 물량의 절반 가까이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나머지 물량도 있지만 장애인의 선택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매입임대주택 공급 지역과 지역 내 장애인 거주 지역이 어긋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장애인이 많이 사는 지역은 ▷부산진구(10.5%) ▷사하구(10.1%) ▷북구(9.1%) 등 순이다. 그러나 임대 물량 가운데 이 지역은 각각 2세대(1.6%), 12세대(9.5%), 8세대(6.3%)에 불과했다.이들 22세대 중 승강기가 있는 곳은 사하구 7세대에 그쳤다.

이런 탓에 장애인의 신청도 저조하다. 이번 부산지역 물량의 총 신청 인원은 470여 명인데, 장애인은 10명에 불과했다. 중증 장애인은 차라리 비싼 임대료를 내고 다른 곳에 거주하는 실정이다. 중증뇌병변장애인 황기호(42) 씨는 2019년부터 독립하기 위해 집을 알아봤지만 매입임대주택이 경사로 승강기 등을 갖추지 못해 지금까지 입주에 실패하고 있다. 황 씨는 “3년 넘게 신청하면서 조건에 맞는 집을 간혹 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현재 살고 있는 지역과 너무 멀어 아예 신청을 포기했다. 결국 남구 한 원룸에 살고 있는데 임대료만 40만 원 정도 들어 수익의 절반을 임대료로 지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 공급이 몰리는 것은 그 지역에 매매 물량이 그만큼 많이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신 올해부터 승강기가 없는 주택을 구입하지 않는다. 차차 매입임대주택의 사각지대를 없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