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 국가직 전환·윤창호법 등
- 긍정효과 속 갈등 키웠다 평가
- 대통령실, 새 플랫폼 구축 예정
- 시민 “취지 살리고 단점 보완을”

“이제 어디 가서 하소연하나.”

지난달 31일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조합장이 시장 관리비 부담이 크다는 민원을 호소했다. 이처럼 대통령에게 자신의 의견이 닿기를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윤 정부는 ‘국민청원’이 문을 닫은 지난 한 달여 동안 국민의 갈증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정부가 내건 ‘민원 통합 플랫폼’ 구축 방침에 대해 시민과 전문가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를 살린 개선된 소통 창구를 주문했다.

6일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정부는 지난 한 달여 동안 ‘국민청원’의 소통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민원 창구인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와 행정안전부 ‘광화문1번가’가 있지만, 대통령이나 대통령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청원’을 대체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국민신문고와 광화문1번가는 국민청원이 문을 닫은 지난달 9일을 전후로 민원 접수 건수에 큰 차이가 없었다. 국민신문고는 4월 3주 차 19만5517건에 비해 5월 3주 차 20만7321건으로 민원 접수 증가율이 6%에 그쳤다. 광화문1번가 혁신제안톡은 4월(293건)보다 5월(279건)이 오히려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소통 정책인 ‘국민청원’은 양면성을 보이며 5년 만에 막을 내렸다. 누구나 100명의 사전 동의를 거치면 게시글이 공개되는 탓에 사실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그대로 노출돼 갈등과 혐오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었다. 높은 관심은 부정적인 부분을 더욱 부추기기도 했다. 지난 4월 18일 기준 청원 게시판 방문자 수는 5억1600만 명으로 청원에 동의한 총인원은 2억3000만 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들의 관심은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음주 운전자 처벌 강화(윤창호법)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등 제도 개선의 시발점 역할을 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끌어냈다.

윤 정부는 국민청원을 대신할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7일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새로 구축해 ‘대통령에 바란다’(가칭) 코너를 이달 중 개설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다만 인수위 때 발표처럼 행정안전부 국민권익위원회 등으로 분산됐던 온라인 민원 창구를 하나로 모으는 과정은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플랫폼을 관리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임시 운영하는 형태로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전임 정부처럼 대통령이 일부 민원에 직접 답변할지도 검토 중이다.

시민과 전문가는 새로운 민원 플랫폼은 국민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는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 개선된 소통 창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인 곽민정 씨는 “백신 피해자 가족이 국민청원을 통해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았지만 실제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면서 “도움이 간절한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수 있는 개선된 국민청원이 하루 빨리 나타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아대 한세억(행정학과) 교수도 “대통령(대통령실)과 소통이 가능한 통합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행정 즉시성을 높여 진정성 있는 소통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