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선거에서 보수·진보 성향 교육감이 절반씩 당선되면서 향후 교육관련 정책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17개 시도 교육감 중 3명에 불과했던 보수 성향 교육감이 부산을 포함해 8명으로 늘어 정책 변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왼쪽)과 하윤수 부산교육감 당선인. 연합뉴스·여주연 기자

지금까지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다. 따라서 교육감 모임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한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총회를 통해 의결하거나 합의한 각종 정책도 진보적 색채가 짙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협의회는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에 대해 “교육의 국가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으며,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에 대해선 “이를 취소하고 법률적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보수 8명, 진보 9명으로 힘의 균형을 이루면서 주요 현안마다 사사건건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다음달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자리를 놓고 양측 진영이 힘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진보 교육감들이 정부와 발맞춰 추진해 온 민주교육, 혁신학교, 학업 성취도 평가 폐지, 자사고·특목고 폐지와 같은 정책을 놓고도 설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3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자사고·외고 폐지 기조를 이어갈 방침인 반면 하윤수 부산교육감 당선인은 교육격차 해소 방안으로 서부산권 특목고·자사고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시험’으로 대변되는 평가를 놓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후보시절 ‘전수 학력 검증’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고, 보수성향의 하윤수 당선인 역시 부산학력평가연구원을 설립,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연 1회 평가를 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반면 진보 교육감들은 ‘학생 줄세우기’라며 학력 고사를 반대해왔으며, 그 기조에 따라 2017년부터는 일부 학년만 표본 조사 형태로 시험을 치르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구체적인 결과를 통보하지도 않았다. 만약 정부가 정기 학력 고사 방침을 세울 경우 진보교육감들과 사사건건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 성향에 따라서 지역별로 교육정책 차이가 커지는 것도 우려스럽다. 부산·울산·경남만 해도 부산에선 보수 교육감이, 울산과 경남에선 진보 성향의 현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했다. 따라서 부산과 맞닿아있는 양산 김해 등지와 부산의 교육 정책 방향이 엇갈려 해당 지역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