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 동면 가산일반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각종 문제점이 속출해 민원이 잇따른다.

한 주민이 양산천 지류에 설치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가시연꽃 서식지 보호 안내 표지판을 가리키고 있다. 김성룡 기자

공사 과정에서 기준 규격보다 훨씬 큰 돌덩이가 일부 성토용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돌덩이 파쇄 과정에서 소음과 비산먼지가 인근 주택가로 유입해 주민이 큰 불편을 겪는다. 빗물에 공사장 토사가 씻겨 내려 인근 양산천 지류로 흘러들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가시연꽃 서식지가 훼손되는 등 하천 생태계 역시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양산 가산공원 인근의 가시연꽃 서식지 일대 하천. 토사더미 등이 쌓여 곳곳에 ‘토사섬’이 형성돼 물 흐름이 정체된다. 김성룡 기자

8일 양산시와 지역 환경단체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경남개발공사는 3500여 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동면 가산·금산리 일대 67만4100㎡에서 가산일반산업단지 조성 공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공정은 40% 수준으로 내년 6월 준공할 예정이다. 가산산단은 상수도관 매설 등 일부 기반 시설 공사에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며 양산시가 일부 산업용지를 시의 신성장산업인 항노화 의생명특화단지로 육성계획을 세우는 등 공공성이 강조되는 산단이다.

양산 가산공원 부근의 양산천 지류 하천. 토사더미 등의 철 등 중금속 성분이 들어가면서 물이 마치 기름띠가 형성된 것 같은 모습을 하고있다. 김성룡 기자

그런데 문제는 최근 공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공사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8일 오전 가산산단 현장을 둘러보니 지난달 말 비가 내린 후 일부 성토 현장이 붕괴하면서 기준치인 직경 60㎝ 이하보다 배 이상 큰 130~150㎝ 크기의 암반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기준 규격보다 큰 암석이 성토용으로 사용되면 다짐이 약해져 준공 후 싱크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양산 가산산단의 성토 현장이 붕괴되면서 규격보다 훨씬 큰 성토용 돌 덩어리가 나온 공사 현장. 이복식 양산환경연합 회장이 바위의 크기를 자로 재고 있다. 김성룡 기자

또 비가 오자 산단 공사장에서 흘러내린 토사 더미가 인근 양산천 지류로 유입돼 가산공원 일대 하천이 누렇게 변했다. 또 하천에 토사 더미가 쌓여 곳곳에 ‘토사섬’이 생겼다. 특히 동면 가산공원 인근의 멸종위기 생물인 가시연꽃 서식지 일대에도 토사 더미가 가득 쌓이고 비가 온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물색은 노란 상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허가 없이 훼손 채취 반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양산환경연합 이복식 회장은 “가시연꽃은 4, 5월에 물속에서 발아하는데 토사가 쌓이면서 가시연꽃 상당수가 폐사한 걸로 추정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일대 하천에 서식하는 어류도 적지 않은 개체가 폐사한 걸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LH휴먼시아 아파트의 한 주민이 베란다에 널어둔 수건에 묻은 먼지더미를 보여주고 있다. 김성룡 기자

암반 파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등 비산먼지로 인해 공사장 맞은편 한국토지주택공사(LH) 휴먼시아 아파트(1300세대) 입주민의 민원도 빗발친다. 이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소음은 물론 비산먼지로 인해 요즘 더위에도 낮에 창문을 열지 못한다. 빨래도 작업이 끝나는 오후 6시 이후 건조대에 넌다. 거실 바닥과 소파 등 곳곳에 먼지가 쌓여 걸레질이 일상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입주민 김모(65) 씨는 “주민 피해가 심각한데도 경남개발공사 등 공사 관계자는 물론 양산시도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LH휴먼시아 아파트 입주민들이 최근 총회를 열고 가산산단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비산먼지 피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경남개발공사 관계자는 “규정을 준수해 공사를 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시공업체와 협의해 즉각 시정·보완하는 등 조처하겠다. 비산먼지 등의 민원 역시 주민과 대화를 통해 피해가 없도록 최대한 주의하고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수주 당시에는 공사장에 큰 암반이 이처럼 많을 줄 몰랐다. 암반 처리에 많은 비용이 소요돼 사업시행자와 설계 변경을 협의 중이다. 비산먼지 등 주민 피해 대책도 주민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아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양산시 관계자는 “두 곳에서 진행 중인 돌 파쇄작업을 한 곳에서만 교대로 작업하도록 행정지도했다. 주민 피해가 없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양산 가산공원 인근 가시연꽃 서식지 일대 하천에서 이복식 양산환경연합 회장이 토사더미로 인해 색깔이 누렇게 변한 하천을 가리키고 있다. 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