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부산 경남에는 호랑이 설화가 묻어있는 지명이나 설화가 많다.

부산 동구와 부산진구의 수정산 산복도로와 맞닿은 범일동·범내골·범천동에는 호랑이 범(虎)자가 들어간다. 과거 수정산은 산림이 우거져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다. 범일동 안창마을은 ‘호랑이 마을’로도 불린다. 안창마을 앞 범일 4동과 범천 2동을 가로지르는 ‘호계천’도 호랑이와 관계가 있다.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 일대 야경. 이 곳은 ‘호랑이 마을’로도 불린다.국제신문DB

부산 북구 화명동 화산 아래에는 ‘호투장’이라는 지명이 있다. 옛날 화산 아래 대밭골에 마을을 지키던 호랑이가 떠돌아다니는 다른 호랑이가 오면 큰 울음소리를 내 사람들이 조심하도록 했다고 한다. 호투장은 수호신 호랑이가 떠돌이 호랑이와 싸우던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사직야구장 뒤에 자리 잡은 쇠미산에도 호랑이 전설이 전한다. 200여 년전 쇠미산 중턱에 제왕바위라는 큰 바위가 있었는데, 자식 갖기를 원하는 부인이 새벽녘 바위 아래에 정화수를 떠놓고 빌 때 늙은 호랑이가 나타나면 소원 성취한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천주교 성지인 울산 울주군 살티에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온다. 살티는 임진왜란 당시 단조성과 운문령을 지키던 의병들이 화살을 만든 곳이라는 설이 있다. 조선 말기에는 교인들이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은둔한 교우촌이었다. 과거 이 일대에는 호랑이, 표범, 늑대 같은 맹수들이 득실거렸다. 일본인 사냥꾼이 들어오기 전인 조선 말까지만 해도 포졸에게 체포되어 순교한 천주교인보다 호랑이에게 목숨을 잃는 천주교인들이 더 많았다고 전한다.

호랑이를 수호신으로 여겨 조형물을 세운 곳도 있다. 경남 의령 한우산에는 호랑이 모형이 있다. 한우산 호랑이가 눈에 파란 불을 켜고 쳐다보고 있었다는 주민 목격담이 내려온 데 착안해 세워진 조형물이다. 한우산 호랑이는 한우산 산신으로도 불렸다. 앞서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는 임인년을 맞아 호랑이 조형물을 해운대와 광안리해수욕장에 설치했다.

3일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호랑이가 포함된 지명은 전국적으로 389개에 달한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