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중앙대로 확장공사 구간 포함
- 내년 당장 건물 철거 위기 처해
- 구의회 “제대로 검토없이 추진”

부산 금정구가 지역 기업의 사회공헌을 받아 건립한 작은도서관이 개장 3년 만에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작은도서관이 들어선 건물은 오래 전부터 부산시 도로계획에 포함돼 곧 철거가 진행되는데도 금정구가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정구는 16일 작은도서관 ‘금정북파크’(373.6㎡·사진)가 내년 상반기 안에 철거된다고 밝혔다. 2019년 7월 2일 파크랜드 부곡점 2층에 개장한 이곳은 금정구의 작은도서관 44곳(공립 18곳·사립 26곳) 중에서도 핵심 공간이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공간 역시 작은도서관 중에서 가장 크다. 이 덕에 명사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진행돼 왔다.

이곳은 지역 기업인 파크랜드가 부곡점 매장 일부를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해 금정구에 무상으로 기부한 공간이다. 작은도서관 건립을 공약 사항으로 내세운 정미영 금정구청장의 뜻에 공감해 파크랜드가 먼저 도서관 기부를 제의해 지어졌다. 2019년 3월 금정구와 도서관 건립 업무협약을 맺은 파크랜드는 약 2억8000만 원을 들여 이곳을 조성했다.

지역의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해온 작은도서관이 3년 만에 문을 닫는 건 이곳이 시가 추진하는 ‘중앙대로 확장공사’ 구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시는 2023년까지 금정구청 앞 교차로~동래구 롯데백화점 앞 교차로 3810ｍ 구간 6개 차로를 10개 차로로 넓힐 계획이다. 애초 이곳은 1972년부터 도로 확장 사업이 예정된 도로계획시설이기도 했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금정북파크는 늦어도 내년부터는 철거가 시작된다.

금정구는 중앙대로 확장 공사가 이렇게 빨리 시작할 줄 몰랐다고 밝혔다. 작은도서관이 다 지어진 이후에야 확장 공사가 확정됐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는 것이다. 확장 공사가 최종 확정돼 금정구 등 관련 기초단체에 사업 구간이 통보된 건 금정북파크 완공 이후인 지난해 12월이다. 금정구 평생교육과 관계자는 “이곳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었던 터라, 적어도 5년 내에는 공사가 없을 거라는 유관 부서의 판단을 받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정구의회는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시는 확장 공사 시행에 앞선 2018년 3월~10월 이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사업 구간이 포함된 기초단체들로부터 사업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다. 금정구 역시 이 기간 시에 자료를 보냈다. 김태연(국민의힘) 금정구의원은 “구청장 공약사업이란 이유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사업을 추진했다. 사회 공헌에 나선 향토기업에 대한 실례일뿐 아니라, 행정 신뢰 또한 크게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