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원, 한달 넘게 인지못해
- 내부 제보로 겨우 수면 위로
- 코로나 이후 실태 파악 절실

부산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특전사 출신 30대 요양보호사가 80대 치매 환자를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요양원은 사건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다 내부 제보가 있은 다음에야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전문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요양시설의 폐쇄성이 높아지면서 노인 학대 가능성이 커졌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요양원에서 노인을 폭행한 혐의(노인복지법 위반)로 요양보호사 30대 A 씨를 불구속 입건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고 23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9월 12일 오후 6시30분께 부산의 한 요양원에서 80대 B 씨의 뺨을 때리고 넘어뜨리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B 씨는 보행 보조기를 끌고 여성 생활실로 가고 있었다. 이 생활실은 B 씨가 과거 생활했던 공간인데, 치매를 앓는 B 씨는 이곳이 여성 생활실로 바뀐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를 본 A 씨가 B 씨를 막아섰고 곧 두 사람 사이에 실랑이가 오갔다. A 씨는 실랑이 과정에서 B 씨의 뺨을 때렸다. 이후 양쪽 손목을 잡고 바닥으로 넘어뜨린 뒤 무릎으로 B 씨의 옆구리 부근을 눌렀다. 특전사 중사 출신인 A 씨는 사건 이틀 뒤 요양원에 사표를 냈다. A 씨는 “폭행 사실은 맞지만, 의도한 건 아니다. 말리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당일 어르신께 사과를 드렸고, 고민 끝에 스스로 일을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요양원은 한 달 넘게 사건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요양원은 사건 다음 날인 지난 9월 13일 B 씨가 다친 것을 보고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가족에게 ‘단순 낙상 사고가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은 내부자가 관련 기관에 사건 영상을 담아 공익 제보를 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뒤늦게 폭행 사건을 알게 된 요양원은 A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피해자 가족은 분통을 터뜨린다. B 씨의 아들은 “코로나19 시국이라 면회가 불가능해 요양원에 모신 아버지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요양원이 폭행 사실을 한 달 이상 몰랐는데, 앞으로 어떻게 부모님을 믿고 맡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요양시설 내 숨어있는 노인 학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의대 유동철(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의 권한을 위임받은 단체가 요양원을 차례로 방문해 어르신 안부를 묻는 모니터링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모니터링단에 가족을 포함하고 감시보다 안부에 초점을 둔다면 시설의 저항도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정태기 노인복지과장도 “코로나19가 조금 진정되면 자치경찰위원회 및 노인보호기관과 협의해 시설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호걸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