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부산 수영구 광안리의 한 공중화장실에서 여고생이 황화수소에 노출돼 사망한 데 이어 부산 사하구 조선소 화장실에서도 유사한 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 공중화장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밤 9시 30분께 부산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20대 남성 B씨가 숨졌다. B씨는 26일 오전 11시 4분께 사하구의 한 조선소 화장실에서 고농도의 황화수소와 암모니아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B씨와 화장실에서 같이 쓰러졌던 40대 A씨는 앞서 오전 11시 42분께 치료 도중 숨졌다. 선박전기설비 외주업체 직원인 A·B 씨는 화장실에서 누출된 황화수소와 암모니아를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119구급대가 화장실 내 황화수소 수치를 확인한 결과 안전수치 15ppm의 16배를 넘는 250ppm에 달했다.

경찰은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이곳에서 유독가스 냄새가 심하게 나 사하구청에 여러 번 신고했다는 외주업체 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화장실 오수관로를 관리하는 부산환경공단과 사하구청을 상대로 유독가스 발생 원인을 수사 중이다. 황화수소는 썩은 달걀 냄새가 나는 무색 악취가스로 흡입하기만 해도 질식을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독성 가스다.

앞서 2019년에는 수영구 민락동 회센터 건물 지하 공중화장실에서 고농도 황화수소에 노출돼 의식불명에 빠졌던 여고생 C 양이 사고 61일 만에 숨지기도 했다. 당시 사고가 난 공중화장실은 수영구의 영조물 배상 공제에도 가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부산시는 시내 공중화장실 611곳과 건물 지하에 개방된 화장실 90곳을 대상으로 유해가스 유출 여부, 정화조 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이번에 인명사고가 발생한 사고 조선소 화장실이 당시 점검대상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018년에도 부산 사상구 학장동의 한 폐수처리업체에서 황화수소가 누출돼 노동자 3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에 빠진 일이 있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사고가 발생한 화장실을 소방본부 관계자들이 조사하고 있다. 부산소방본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