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와 마늘의 수확기를 맞았지만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크게 부족해 제때 수확을 마치지 못하면서 경남지역 농촌에 비상이 걸렸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겹쳐 울상을 짓고 있다.

　16일 경남 도내 시·군에 따르면 창녕과 합천, 함양, 김해 등 마늘과 양파 주산지마다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해 아우성친다. 농번기 근로 인력의 절반가량을 외국인 근로자로 충당해 왔는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입국이 크게 줄어 인력 ‘가뭄’이 심화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해지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건비도 올라 농심을 멍들게 한다.

　여기다 수확 철인 5~6월 잦은 비로 작업이 더디게 진행돼 수확 마무리 일정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있다. 마늘·양파 재배 면적이 70㏊인 김해지역은 인건비가 지난해보다 3만 원 올라 일당이 13만 원에 이른다. 김해시 한림면 하상국(67) 씨는 “1만8000㎡(6만 평)에 양파, 마늘을 재배하는데 찔끔 비로 수확 작업이 여간 어렵지 않다. 하루 50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절반 정도는 태국, 베트남인이다.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고 말했다. 양파를 재배하는 합천군 김철호(70) 씨는 “인건비가 지난해보다 크게 뛰었다. 우리 지역에서는 일당이 최고 15만 원에 이른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힘들지 않은 곳이 없지만 마늘 3409㏊, 양파 908㏊로 도내 최고 생산지인 창녕군은 특히 큰 어려움을 겪는다. 창녕군에서는 지난 4일 코로나19 확진자 1명 발생 이후 현재까지 92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창녕군은 5~6월 농번기 소요 인력 24만 명 가운데 지난해까지 1600명 정도가 부족했지만 올해는 외국인 근로자가 줄어 2000명 이상이 모자랄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군은 ‘농민은 외국인 근로자로부터 보건소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확인증을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이 때문에 근로자를 구하기 더 힘들어졌다. 창녕군 관계자는 “지난해 공무원 940명이 한 차례씩 일손 돕기에 나섰지만 올해는 상황이 나빠 1인당 세 차례 일손 돕기에 나서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년에는 6월 중순이면 마늘, 양파 주산지 시·군에서 수확이 끝났지만 올해는 일손 부족과 궂은 날씨 탓에 수확 작업 종료가 2주가량 늦춰질 전망이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경남 의령군의 양파 주산지인 유곡면 마두들녘에서 농민들이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의령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