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 과목이 초등학생이 풀 정도로 쉽게 출제돼 논란이 뜨겁다. 대학마다 이 과목 정시 성적 반영 방법이 모두 다르고 1점 차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상위권은 이를 유념한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0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수능 한국사 가채점 결과 예상 정답률이 98%에 이르는 문제가 있다. 한국사 1번은 ‘뗀석기를 사용한 시대 유물을 고르라’는 3점짜리였다. 정답인 1번 ‘주먹도끼’를 제외한 보기는 비파형 동검 등으로 석기가 아닌 유물. 한국사 지식이 없어도 보기만 보면 고를 수 있는 ‘보너스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20번 문제도 3점으로 배점이 가장 높은데 매우 쉬웠다. 노태우 대통령이 1992년 발표한 담화를 지문에 제시하고, 이때 이뤄진 정책을 고르는 문제. 정답을 뺀 나머지는 ‘당백전 발행’ ‘대마도 정벌’ 등 현대사와 관련 없는 것이어서 쉽게 답을 고를 수 있었다.

　한국사는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필수 과목으로 지정됐고 절대평가로 전환됐다. 수험생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에서 문제가 쉬운 경향이 있었지만 1등급(50점 만점에 45점 이상) 비율이 2017학년도 21.77%, 2018학년도 12.84%, 2019학년도 36.52%, 2020학년도 20.32%에 달했다. 수험생 사이에서도 “문제를 너무 쉽게 만든다”는 불만이 나왔다.

　하지만 한국사를 대충 여겼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인다. 대학마다 정시모집에서 한국사를 반영하는 비율이 모두 다른 까닭이다. 상당수 대학이 1~4등급까지를 동일하게 만점으로 준다. 부산대의 경우 총점 1000점 중 10점을 한국사 점수로 반영하는데, 1~4등급까지 만점이다. 5등급 9.8점, 6등급 9.6점, 최하위 9등급 9.0점 등이다. 1등급과 9등급 차가 1점 수준이라 변별력이 없다고 여길 수 있다. 경희대(인문)은 총점 800점 중 40점을 반영하는데, 1~3등급이 40점, 4등급 39점, 5등급 38점 등이다.

　동국대(총점 1000점)는 모든 등급의 점수가 다르다. 1등급은 50점, 2등급 49.75점 등인데, 1~5등급까지의 점수 차는 5점에 불과하지만, 6등급 35점, 7등급 22.5점 등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 큰 점수 차가 발생한다. 아주대도 4등급까지는 감점이 없지만 5등급 -5점, 6등급 -10점 등을 총점에 반영하기에 5등급 이하로 떨어지면 타격이 크다.

　진학사 우연철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정시에서 한국사 영향력이 미미할 수 있지만 선호가 높은 대학일수록 학생 간 점수 차가 크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사로 인한 감점이 당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