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역수칙 지켜 문제없다” 해명
- 내부선 “취지 좋았지만 부적절”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700명에 육박하면서 가족 간 모임 자제령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부산 경찰이 9일 청장 특별지시로 5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하는 전시성 행사를 강행해 비난이 일고 있다.

9일 오후 부산경찰청 14층 부산경찰교육센터에서 열린 장기재직자 초청 행사에서 진정무(왼쪽) 청장이 마술쇼에 도우미로 참가하고 있다. 박호걸 기자

이날은 전국 확진자가 686명으로, 역대 2번째로 많이 발생해 경찰 내부에서조차 이번 행사 개최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후 2시30분 ‘30년 이상 장기 재직자 격려 행사’가 열리는 부산경찰청 14층 부산경찰교육센터는 시끌벅적했다. 30년 이상 근무한 경감 이하 직원을 초대해 장기재직에 감사의 뜻을 표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진정무 부산경찰청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 30년 이상 재직자 30명, 동료 22명 등 56명이 참석했다.

행사장에는 10여 개의 원형 테이블이 마련됐다. 테이블 위에는 과일과 떡 등 간단한 다과도 차려져 있었다. 테이블마다 4명이 앉아 담소를 나누며 다과를 즐겼다.

진 청장이 행사장으로 들어서자 정정순 복지계장이 마이크를 잡고 “코로나19로 모든 행사가 취소됐지만, 청장님의 각별한 관심으로 행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장 뒤에 앉아 있던 후배들이 준비한 꽃다발을 30년 이상 재직자에게 전달했다.

행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영상 상영과 마술쇼 등의 식후 행사까지 1시간가량 이어졌다. 그런데도 일부 참여자가 마스크도 쓰지 않고 진 청장 등 참석자와 밀접 접촉을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장기재직자를 위해 마련된 행사지만,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외출도 자제하는 등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지침을 단속하는 경찰이 행사를 연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후 부산시도 “추가 확진을 막기 위해 가족 간 모임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자영업을 하는 장성우(부산 수영구) 씨는 “코로나19로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정부 지침을 따르려고 노력하는데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경찰이 수십 명이 모이는 행사를 했다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B 씨도 “진심 어린 글과 선물을 따로 전달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장기재직자를 예우해주려는 취지까지 무색해 진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행사 때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진정무 청장은 “30년 이상 국가와 국민에게 헌신한 분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마련했던 자리다. 창문 환기, 띄어 앉기 등 방역수칙도 철저히 지켰다”고 설명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