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 취준생 극단적 선택하기도
- 부산경찰 93명 체포… 26명 구속
“나 서울지검 김민수 검사인데….” 지난 1월 보이스피싱으로 20대 취업준비생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갔던 ‘가짜 검사 김민수’ 총책 등 일당 9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검찰이나 금융기관 행세를 하며 피해자의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총책 A(30대) 씨 등 26명을 구속하고, 인출책 등 6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조직폭력배인 A 씨 일당은 2015년 8월부터 지난 9월까지 중국 8개 지역에 콜센터와 사무실 등을 마련하고, 검찰과 금융기관을 사칭해 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속이는 수법으로 총 100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국내 조폭을 중국으로 불러들여 보이스피싱을 목적으로 한 기업형 범죄단체를 결성한 후 내국인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검사를 사칭한 조직원은 범죄 사건에 피해자의 금융계좌가 연루된 것으로 속여 안전관리 명목으로 피해자를 직접 만나거나 대포통장으로 돈을 받은 후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금융기관을 사칭한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무작위로 전화해 최저 금리로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고 유인해 피해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A 씨 일당은 가짜 검사 사무실을 꾸며 영상통화를 해 피해자를 안심시켰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총책, 팀장, 전화상담, 통장 모집책 등 역할을 분담하고 각자 지위에 따라 가로챈 돈을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 속은 피해자는 모두 300명이 넘는다. 특히 피해자 가운데는 지난 1월 전북 순창에서 보이스피싱에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취업준비생 B 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지난 1월 20일 서울지검 검사를 사칭한 전화를 받고 430만 원을 인출해 A 씨 일당에게 전달했으며, 거짓 수사 압박을 받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B 씨는 조작된 검찰 출입증과 명함을 찍은 사진을 받았으며, ‘전화를 끊으면 처벌받는다’는 협박을 받았다. 이후 B 씨의 부모가 ‘내 아들을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를 잡아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지난 5월에는 중간책 2명이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총책은 잡았지만 B 씨와 실제 통화한 조직원은 아직 추적 중”이라며 “안전 계좌로 송금 혹은 직접 전달을 유도하거나 금융기관의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전화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아닌지 먼저 의심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절대 송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