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조선소 약 400명 부마항쟁 동참…한국 노동사 새로 쓰나

대한조선공사 시위 증언 나와

  • 국제신문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0-11-02 22:02:09
  •  |  본지 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선각공장 특수선 조립장 노동자
- '부산대 난리 났다' 소식 접한 뒤
- 오후 3시께 작업 멈춘 휴식시간
- "유신철폐·독재 타도" 외치며
- 앞서거니 뒤서거니 독에 집결
- 정문가려다 관리자 제지에 해산

“참으로 경이로운 광경이었죠. ‘부산대에서 난리가 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안 된 시간이었어요. 선각 공장에서, 그 뒤편 특수선 조립장에서, 동료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서 독(Dock)까지 행진했어요. 모두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선창하면 나머지가 뒤를 붙였어요. ‘유신 철폐, 독재 타도’.”
국제신문 취재진(왼쪽)이 지난달 30일 1979년 10월 16일 부마항쟁 발발 당시 노동자들의 시위가 발생했던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옛 대한조선공사)를 찾아 목격자로부터 당시 상황을 듣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지난달 30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1979년 10월 16일 이곳 노동자들의 투쟁을 목격한 김모(72) 씨가 퇴직한 후 25년여 만에 ‘옛 직장’을 찾았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한진중공업과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의 협조를 받아 김 씨와 1시간가량 그날의 현장을 살폈다.

“그때는 정문과 별관을 잇는 구름다리가 있었거든요. 건물 3층 높이 정도 됐는데, 동료 둘과 거기에 올라서서 시위를 지켜봤습니다.” 지금은 매립된 ‘제1독’을 걸으며 김 씨는 그날의 상황을 설명했다.

1979년 김 씨는 당시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 별관 직장 예비군 부대에서 일하고 있었다.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몰려나오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찮다”는 동료의 전언을 듣고 곧장 구름다리로 향했다. 눈에 들어온 것은 400명 정도로 보이는 성난 노동자들이었다. “거리가 있어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분명 ‘유신 철폐 독재 타도’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이같이 말하며 회상에 잠겼다.

당시 노동자들이 몰려나왔다는 선각 공장은 현재 조선소 정문 오른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뒤편으론 특수선 공장이 들어서 있었다. 김 씨는 그곳을 가리키며 “저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나온 거다. 딱히 무리를 이끄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르르 독으로 몰려왔다”며 기억을 되살렸다.

김 씨의 말에 따르면 당시 공사는 오후 3시에 휴식 시간을 제공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 부마항쟁 발발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돌았다. 작업이 멈춘 그 시간에, 짬을 낸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독에서 집결한 노동자들은 정문으로 나아갈지를 망설이며 추가 행보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 씨는 “독을 빠져나와 정문으로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막아선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자진 해산했는데, 엄혹한 시대였으니 구호를 외친 것만 해도 상당히 겁이 났을 거다”고 전했다. 그는 “YH 여공 사건, 김영삼 신민당 총재 제명 사건 등으로 모두가 분노하던 시절이다. 그런데 유신에 맞서는 시위가 일어났다고 하니 노동자들도 불의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증언이 사실로 확인되면 대한조선공사 노동자들의 부마항쟁 참여는 한국 노동운동사의 새 지평을 여는 사건으로 기록돼야 한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1970년대는 군사 정권이 본격적으로 노조를 파괴하던 시절이다. 이렇다 할 노동운동이 일어나지 못하면서 ‘노동운동의 공백기’로 남아 있다. 1960년대 ‘전투력’을 자랑한 공사 노조도 1969년 정권의 개입으로 조합원 다수가 구속되는 등 고초를 겪으며 동력이 떨어졌다. 1970년대 들어서는 유신 정권의 새마을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등 ‘어용 노조’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공사 용접사였던 김진숙(1981년 입사)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노조 대의원으로 당선된 1986년 이전까지 공사 노조는 ‘민주 노조’와 거리가 멀었다.

저서 ‘배 만들기 나라 만들기’에서 1960~80년대 공사 노조를 세밀히 분석한 미국 워싱턴대 남화숙 교수는 국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공사 노조에서 저항적인 움직임이 다시 생겨나는 과정에 늘 의문이 있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말하는 ‘아저씨 노동자’들이 왜 노조 민주화에 호의적이었는지 몹시 궁금했다”며 “(이번 증언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재인 대통령, PK 보듬기…정무수석 이철희 유력, 총리 김영춘 하마평
  2. 2‘인서울’ 대학 내신 전형 확대…지역인재 ‘아웃부산’ 가속
  3. 3영축산 들머리 양산 지산마을 등산객 무단 주정차 몸살
  4. 4사기업이 안 뽑으니 공시 노크…부산 응시생 5년 만에 증가
  5. 5장은진의 판타스틱 TV <61> 트로트 팬덤의 진화 ④ 김희재
  6. 6다대포 호텔 약속한 구청장, 하단에 유치했다며 공약 완료 선언?
  7. 7박형준號 미래혁신위 발대식…본격 활동
  8. 8부산 꺾이지 않는 유흥업소발 확산, 누적 400명 훌쩍
  9. 9수당 기부하던 82세 이장님 ‘반백년 봉사’ 빛나는 마침표
  10. 10부산 주류업체 ‘달린다’
  1. 1문재인 대통령, PK 보듬기…정무수석 이철희 유력, 총리 김영춘 하마평
  2. 2부산 여당 “시민 눈높이 조례 만들어 야당 시장과 협치…민심 회복하겠다”
  3. 3야당 PK 초선들 “당 개혁 취지 왜곡” 영남당 탈피 논란 진화
  4. 4정의화 “박형준호 인사 개입 없었다”
  5. 5문재인 대통령 “코로나 아슬아슬한 국면…더 밀리면 거리두기 상향”
  6. 6박형준 시장 기자간담회 참석자 확진에 코로나 검사 ‘음성 판정’
  7. 7보선 압승 야당, 야권통합 두고 분열 조짐
  8. 8여당 원내대표 윤호중-박완주 2파전…초재선들이 캐스팅보트
  9. 9외교부, 日 대사 초치...오염수 방출 항의
  10. 1055보급창 부산신항 이전 급물살
  1. 1부산 주류업체 ‘달린다’
  2. 2은행 2분기 가계대출 더 깐깐해진다
  3. 3LH, 부산 758세대 아파트 입주자 모집
  4. 4부산시도 공동주택 공시가 산정 재조사 요청키로
  5. 5브랜드 타운 형성·인근 개발 호재…김해 명품 주거지 뜬다
  6. 6[기자수첩]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7. 720년만에 ‘천스닥’
  8. 8일본, 원전오염수 방출 13일 공식화 전망…정부는 속수무책
  9. 9채소도 집 앞 편의점에서 사요
  10. 10정부, 부울경 해양수산기업 15곳 사업화 자금 지원
  1. 1‘인서울’ 대학 내신 전형 확대…지역인재 ‘아웃부산’ 가속
  2. 2영축산 들머리 양산 지산마을 등산객 무단 주정차 몸살
  3. 3사기업이 안 뽑으니 공시 노크…부산 응시생 5년 만에 증가
  4. 4다대포 호텔 약속한 구청장, 하단에 유치했다며 공약 완료 선언?
  5. 5박형준號 미래혁신위 발대식…본격 활동
  6. 6부산 꺾이지 않는 유흥업소발 확산, 누적 400명 훌쩍
  7. 7수당 기부하던 82세 이장님 ‘반백년 봉사’ 빛나는 마침표
  8. 8최순실 “추행 당했다” 교도소 의료과장 고소
  9. 9부산 서부지원 과도한 보안에 ‘인권 침해’ 논란
  10. 10깜깜이 확진 2주새 배로…“임시검사소 늘려야”
  1. 1타격은 앞에서 1등, 주루는 뒤에서 1등
  2. 2사직구장, 원정 선수단 시설 개선 완료
  3. 3손흥민 2개월 만에 골 맛…맨유 킬러로 급부상
  4. 4마쓰야마, 아시아 첫 마스터스 그린재킷
  5. 5위닝시리즈 내줬지만…거인 선발진은 빛났다
  6. 6자이언츠 2군 선수단, 1군과 같은 버스 탄다
  7. 7아이파크, 선취점 못 지키고 후반 와르르
  8. 8집중력 부족 kt, 뼈아픈 역전패
  9. 9한국 레슬링 자유형 위기…아시아쿼터 대회서 올림픽 출전권 획득 실패
  10. 10한국기원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LG배 선발전 연기
청년과, 나누다 2
‘나무수’ 성예령·성연수 이사
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JK필름 윤제균 감독
눈높이 사설 [전체보기]
도시철도, 보행편의시설 확충을
부산 보선, 실현가능한 공약경쟁을
뉴스 분석 [전체보기]
4-WIN 전략, 생색내기 예산으론 가시적 성과 어려워
‘학급당 20명 제한’ 목소리 크지만…학교 신설·교사 확충 난제
다이제스트 [전체보기]
비대면으로 즐기는 부산낙동강유채꽃축제 外
롯데호텔부산 연인 고객 겨냥 상품 출시 外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전체보기]
칠성신과 칠복신 : 럭키 세븐
육효와 육임; 동양 역학
스토리텔링&NIE [전체보기]
인구 줄고 젊은 층 떠나 지역은 사라질 위기예요
미얀마軍이 정부 장악하자 국민 또 일어섰대요
신통이의 신문 읽기 [전체보기]
신문사 주장 사설도, 시민 의견 칼럼도 뉴스예요
독자 궁금증 대신 물어 전달하는 게 인터뷰예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체보기]
자원봉사인 학교보안관, 잡무 떠안았다며 채용 요구 논란
해운대구의회 전국 첫 교섭단체…되레 밥그릇 싸움 키울라
이슈 추적 [전체보기]
핵심은 사라진 황금계급장·돈 출처인데…변죽만 울린 수사
편집국장단의 뉴스 클로즈업 [전체보기]
“균형발전은 헌법이 규정한 가치…가덕, 국익 차원 접근을”
포토뉴스 [전체보기]
고시엔 8강 좌절한 한국계 교토국제고
발파 작업으로 사라지는 트럼프 호텔
현장 줌인 [전체보기]
‘돌봄 파업’에 교장·교감까지 방과후 보육 총동원
오늘의 날씨- [전체보기]
오늘의 날씨- 2021년 4월 13일
오늘의 날씨- 2021년 4월 12일
  • 저출산 고령화 대응,부산 콘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2021부산하프마라톤
  • 바다식목일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