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선 대학들이 학교별 실기·논술 고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물론 자가격리 수험생에게 응시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해당 수험생의 수송 문제와 별도의 공간 마련 등을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별 전형의 경우 대학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일 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위해 전국에 113개의 시험장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확진자는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서 시험을 보게 했다. 정세균 총리가 확진자나 자가격리 수험생을 위한 ‘기회의 공정’을 언급했지만, 수능 시험에 국한된 이야기였다.
부산지역 대다수 대학은 지난 9월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는 대학별 실기·논술고사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실기 시험이 당락을 좌우하는 예체능 계열과 논술고사에 응시하는 수험생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가족이나 친구 중 누군가가 코로나19에 걸려 감염이 되거나 자가격리자가 되면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지역 대학들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실기시험이 감염 확산의 통로가 될 우려가 있고, 이들을 분리해 시험을 치르게 할 여건도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비말 전파 우려가 큰 성악과 400m 달리기를 별도 진행할 공간이 없고, 자가격리자 등의 평가에 감독으로 참여할 이를 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대학의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입정책과 관계자는 “교육부가 수능이 아닌 대학별 고사를 지원한 전례가 없다. 평가 주체가 대학인 만큼 자가격리자 시험 응시 기회 마련에 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대학이 책임 전가만 하는 사이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올해 부산대 논술고사에 응시하는 고3 자녀의 학부모 A(48) 씨는 “자가격리자는 ‘선의의 피해자’인데 교육당국과 대학이 이를 구제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교육 현장에서는 대책을 촉구했다. 부산시교육청 남부교육지원청 변용권 교육장은 “대학이 모여 대책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 대학협의회 등에 지침을 달라고 꾸준히 요구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시교육청 권혁제 중등교육과장도 “자가격리 수험생은 일반 수험생이 실기고사를 끝낸 뒤 시험을 보게 하는 등 대책이 있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