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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빈곤 시즌2-아이에게 집다운 집을 <4> 빈곤가정 지원의 제도적 허점

6인 가족 55㎡(16평)에 방 4개 둬라? 최저주거기준 현실 외면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20-10-13 19:45:54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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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임대주택 등 복지지원 잣대
- 10년째 수정보완 없어 유명무실
- 주택 구조 및 성능·환경 기준도
- ‘적절한 시설 필요’ 등 애매모호

- 2017년에 나온 주거복지 로드맵
- 지원 기준에 ‘아동’ 포함됐지만
- 낡은 집 부모 명의라면 혜택없어
- 손자 1명과 사는 조부모도 배제

주거빈곤 가구에 대한 정책은 문제점이 지적될 때마다 조금씩 다듬어져 온 것은 맞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각지대는 많다. 특히 아동이 있는 주거빈곤가구에 대한 맞춤형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지역마다 다른 사정도 고려되지 않았다.

■솜방망이 최저주거기준

   
부산 동구 초량동 정현(가명·14·여)이네 집에서 정현이가 사회복지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현이네 집은 40년이 넘은 낡은 주택으로, 3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정현이, 엄마, 동생 2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주거빈곤을 가늠할 대표적인 잣대는 최저주거기준이다. 주택법 제5조와 동법 시행령 제7조에 따라 건설교통부가 정한 기준으로, 가구 구성별 최소 주거면적과 주택구조, 성능 및 환경 기준을 제시한다. 그러나 기준 자체가 워낙 두루뭉술해 현장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기준’이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특히 필수적인 설비의 기준을 명시한 제3조와 구조·성능 및 환경기준을 담은 제4조가 그렇다. 그중 구조와 성능, 환경기준은 ‘영구건물로서 구조강도가 확보되고, 주요 구조부의 재질은 내열 내화 방열 및 방습이 양호한 재질이어야 한다’ ‘적절한 방음 환기 채광 및 난방설비를 갖추어야 한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구체적인 수치가 아니라 ‘양호한’‘적절한’ 정도로 기준을 제시하는 데 그친다.

그나마 구체적으로 제시된 방의 개수와 면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저주거기준에 따르면 1인 가구는 14㎡, 2인 26㎡, 3인 36㎡, 4인 43㎡, 5인 46㎡, 6인 55㎡다. 통상 24평 아파트의 전용면적이 59㎡인 것을 고려하면 6명의 최저주거기준이 24평 아파트도 안된다는 의미다. 방이 3개 있는 4인 가구의 총 주거면적 역시 13평에 불과하다. 이 기준은 2011년 한 차례 개정된 후 10년째 그대로다. 지난 10년 새 달라진 표준체형, 주거 환경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더군다나 최저주거기준으로 제시한 방의 개수는 면적과 제각각 따로 논다. 노부모와 부부, 두 명의 자녀로 구성된 6인 가족의 경우 방이 4개가 있어야 하지만 총 주거면적은 55㎡다. 24평 아파트에 방을 4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데, 사실상 어려운 기준이다.

여기에 침실 분리원칙까지 더하면 계산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만 8세 이상 이성자녀는 상호 분리, 만 6세 이상 자녀는 부모와 분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난 5일 서울시주거복지센터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이 공동으로 개최한 온라인 토론회 ‘집으로 가는 길’에 발제자로 나선 서울사이버대 임세희 교수는 “공공임대주택 배정 때 소득과 자산만 기준으로 삼아 가구원 수나 가구원의 관계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성별이 다른 2자녀, 혹은 3자녀 이상을 키우는 경우에는 과밀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경성대 정규석(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저주거기준을 보면 채광, 소음 기준 등이 구체적이고 명확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며 “이미 제시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여기에 아동의 성장 과정에 맞는 세부적인 기준까지 넣은, 아동을 위한 최저주거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거복지 로드맵의 한계

   
동구 안창마을에 위치한 민지(가명·10·여)네 마당.
정부는 2017년 11월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의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지난해 10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주거복지 로드맵’ 지원 대상에서 누락된 다자녀 가구와 비주택 거주 가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2022년까지 3만 가구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중 무주택·저소득이며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거주하는 미성년 2명 이상 가구의 경우 1만1000가구를 발굴해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아동’이 지원 기준에 포함됐다는 점에서는 이전보다 진일보했으나 대상이 ‘무주택’인 ‘다자녀 가구’에 한정돼 한계가 뚜렷하다. 특히 부산의 경우 지은 지 40년이 훌쩍 넘은 노후 자가주택에 사는 비율이 높아 ‘무주택’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가 서구·동구지역 저소득 가구 보호자 3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자가’ 거주 비율이 36.4%에 달한다. 또 다자녀에만 한정되면서 조부모가 손주 1명과 사는 조손가정은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

부산복지개발원 최훈호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주거정책은 대부분 출산율과 연계, 추진되기 때문에 다자녀 가정 등으로 대상이 한정된다.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주거약자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각종 법률에서도 아동은 소외돼 있다. 2014년 시행된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대상을 장애인·고령자로 한정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주거약자는 ‘65세 이상인 사람’과 ‘장애인복지법 제2조 2항에 해당하는 장애인’,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으로 돼 있다. 2015년 시행된 ‘주거기본법’ 16조에서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고만 명시한다.

이처럼 ‘아동’이 주거 관련 법률의 보호를 적극적으로 받지 못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지원하는 임대주택 지원대상에서도 누락되거나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부산아동옹호센터의 인터뷰에 응한 한 저소득 가정 부모는 “한부모 가정으로 LH 전세임대로 거주 중이다. 일시적으로 대상자가 만 6세 미만 자녀에서 만 13세 미만 자녀로 변경돼 대상이 되긴 했지만 한시적이어서 계약 만료 때 조건이 되지 않으면 연장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녀 나이가 많을수록 부모와 분리해 방을 사용해야 하는데 불합리하다”고 성토했다. 최훈호 연구원은 “주거약자에 아동을 명시해 넣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기획: 국제신문·초록우산어린이재단

◇최저주거기준에 따른 최소 주거면적 및 용도별 방 개수

인원

표준가구구성

방 구성

총 주거면적

1인

1인 가구

1K

14㎡

2인

부부

1DK

26㎡

3인

부부+자녀1

2DK

36㎡

4인

부부+자녀2

3DK

43㎡

5인

부부+자녀3

3DK

46㎡

6인

노부모+부부+자녀2

4DK

55㎡

자료 : 국토해양부 공고/2011.5.27 일부개정
*K는 부엌, DK는 식사실 겸 부엌을 의미하며, 숫자는 침실 또는 침실로 활용이 가능한 방의 수를 말함
*침실분리원칙-부부는 동일한 침실 사용/만6세 이상 자녀는 부모와 분리/만8세 이상 이성자녀는 상호 분리/노부모는 별도 침실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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