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임 혐의로 징역 5년 유지
자신이 갖고 있던 금전채권을 다른 채무의 담보로 양도해놓고 그 사이 채권을 현금화해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금까지 판결에서는 채권을 양도하면 양도받은 사람의 소유로 인정돼 이를 현금화해 사용할 경우 횡령죄가 맞다고 판단했으나, 담보로 제공한 것이라면 채무불이행 전까지는 채권자 소유가 아니라는 판결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부산고법 형사2부(재판장 오현규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횡령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다만 형량은 원심과 같이 징역 5년을 유지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15년 B 씨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총 17억5000만 원을 빌리고, 이에 대한 담보로 C업체의 D업체에 대한 22억 원 상당의 대여금 채권을 B 씨에게 양도했다. 그러나 A 씨는 D업체에 채권 양도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2016년 4월 D사로부터 채권 일부인 11억 원을 송금받아 자신의 E사 사업자금으로 사용했다.
이에 대해 원심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횡령이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99년 금전채무 변제를 위해 채권을 양도해놓고 채권양도 통지 이전에 채권을 현금화해 이를 사용한 경우 그 돈은 채권을 양도받은 사람의 소유이므로 횡령죄가 인정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은 담보 목적으로 채권이 양도된 경우에는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횡령죄가 성립되려면 대상 재물이 다른 사람의 소유여야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채권은 담보였기 때문에 채무자인 A 씨가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되기 이전까지는 채권의 소유권이 A 씨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 판결은 금전채무를 갚기 위해 채권이 양도된 사안으로, 이번 사건처럼 담보 목적으로 양도된 사건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