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탓 취소 통보했지만
- 해당 장애인 가족 반발 민원에
- 시, 결국 여행 예정대로 진행
- ‘방역 구멍’ 자초 지적 잇따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처가 발령 중인 가운데 부산시가 장애인 지원사업을 대면으로 강행해 논란이 인다. 시는 행사를 대폭 축소해 방역수칙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방역을 책임지는 시가 방역수칙을 스스로 위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이달과 다음 달로 예정된 부산장애인가족센터의 ‘발달장애인 가족휴식지원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14일 밝혔다. 이 사업은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여행을 시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이달과 다음 달 중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회당 6, 7가구가 참여하며 2박3일 일정으로 부산지역 모 캠핑장에서 실시된다. 사업에는 시비 2200만 원이 투입된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수칙에 이 사업이 저촉된다는 점이다. 시는 이달 초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겠다면서 이 사업을 취소했지만 돌연 일주일 만에 재개했다. 시는 사업 취소에 따른 참여자들의 강한 반발이 있어 사업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당초 교통편을 빌려 단체로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경북 문경과 제주도 등지로 여행하는 방식에서 가정마다 개별적으로 이동해 부산 캠핑장에서 실시하는 방식으로 바꿔 최대한 방역수칙을 준수하겠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레크리이션 등 대면 프로그램을 모두 없애고, 시내 캠핑장과 도시락만 지원해 가족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사업 내용을 조정했다”며 “앞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센터의 ‘주간 활동 사업’도 대부분 취소됐다. 휴식지원사업까지 취소되자 극심한 보육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의 반발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의 실무를 맡은 부산장애인가족센터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센터는 방역상의 문제 등으로 향후 책임 소재가 불거질 것을 염려해 이 사업 재개를 놓고 상세한 안내를 담은 공문을 발송해달라고 시에 요청하기도 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가을철 코로나19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민간의 방역실태를 감시 감독해야 할 시가 다소 위험한 행사를 개최한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동아대병원 한성호(가정의학과) 교수는 “지금도 끊이지 않는 코로나19 산발 감염은 결국 순간적인 부주의나 방심 탓에 일어나고 있다. 시나 센터가 여행 중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접촉을 모두 관리할 수는 없다”며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이 옳으나 꼭 개최해야 한다면 현장에서 철저한 방역이 이뤄지는지 시가 책임지고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