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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태풍에 또 안팎 오작동…“원전, 재해 취약성 드러나”

고리원전 4기 왜 멈췄나

  •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  |   입력 : 2020-09-03 22:20:02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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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 3·4호기는 제어 장비 이상
- 신고리 1·2호기는 전력계통 문제
- 전력생산 중단, 재가동 수일 걸려

- “사고 재발 땐 대규모 정전 우려”
- 시민단체 송전망 다중화 등 촉구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고리본부)에 있는 원전 4기가 모두 정지되면서 대형 태풍이 들이닥칠 때 기능을 멈추는 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고리 1호기는 영구중지, 고리 2호기는 정비 중인 상태로 고리원전의 전력 생산기능 자체가 완전히 멈춘 상황이어서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여파로 3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4기의 가동이 중단됐다. 사진은 이날 기장 고리원전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모습. 이원준 프리랜서
고리본부는 3일 새벽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3·4호기(가압경수로형, 95만㎾급)와 신고리1·2호기(가압경수로형, 100만㎾급) 등 원전 4기 원자로가 정지됐다고 밝혔다. 이들 원전은 이날 새벽 1시부터 3시 사이 순차적으로 기능을 멈췄다. 고리본부에 따르면 태풍 영향으로 발전소 안팎의 장비가 문제를 일으킨 게 원인이 됐다. 고리3·4호기는 발전소 내 ‘비율 차동 보호 계전기’가 오작동을 일으켜 중단됐다. 이 계전기는 발전기에서 송출되는 전류 흐름을 살펴 이상이 생기면 작동해 발전을 멈추는 장치다. 전류 흐름에 이상이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강풍 등에 영향을 받아 계전기가 작동된 것으로 고리본부 측은 추정했다.

신고리1·2호기는 소외 전력계통 문제로 중단됐다. 이 시설은 발전소가 생산된 전기를 한전 변전소 측과 주고받을 때 사용되는 송전 통로다. 고리본부에 따르면 주요 전력계통(765㎸)과 대기 전력계통(154㎸) 모두 이날 새벽 기능 이상을 일으켰으며, 비상디젤발전기가 작동됐다. 현재 대기 전력계통을 복구해 발전소를 안정화시킨 상태다. 또 강풍 탓에 신고리3호기 터빈건물 지붕 일부가 손상됐다. 다만 고리본부는 “이날 태풍으로 인한 부산 7만여 가구 정전은 원전 4기 중단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고리본부에서는 최근 폭우로 울산 울주군에 있는 신고리 3·4호기 송전설비가 침수됐고, 2003년 태풍 ‘매미’ 때는 침수 탓에 고리 1~4호기가 중단된 전력이 있다. 17년 만에 또다시 태풍으로 원전 가동이 멈추자 시민사회는 원전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상기후 현상이 반복되는 만큼 ‘매미’와 ‘마이삭’을 통해 드러난 원전의 취약성·위험성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발전소 내뿐만 아니라 송전선로 문제로 인한 정전 등 외부전원 공급 차단에도 정지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 김영희 대표(변호사)는 “자연재해로 예상치 못하게 원전이 중단되면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3년 매미 때와 판박이 사고가 또 일어난 것은 한수원의 안일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후쿠시마 참사를 겪은 이후 일본의 사례처럼 송전망을 다중화하는 조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체 전력수급의 약 5%를 담당하는 고리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산시는 고리본부 측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한 뒤 이들 시설을 복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 허가를 받아 원전을 재가동하는 데 1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고리본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방사능 누출 등 사고는 없다. 현재로서는 재가동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우나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원인 규명 및 복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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