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배에 올라 검사하는 대상국
- 러시아도 추가돼 총 6개 나라
- 2인 1조 한 선박당 2시간 소요
- 향후 3주간 러 53척 더 들어와

부산 감천항에서 러시아 선원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태와 관련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러시아 선박도 ‘승선검역’ 대상에 포함했다. 검역당국은 정확한 검역을 위해 인력 충원 등 후속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24일 부산 서구보건소 방역요원들이 감천항에 있는 부산항운노조 감천지부 사무실에서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 서구 제공

중대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부산항에 입항하는 모든 러시아 선박에 대해 승선검역을 하겠다”고 밝혔다. 검역 직원이 직접 배에 올라 검사하는 승선검역은 그간 중국 홍콩 마카오 이탈리아 이란에서 출항한 전 선박만 대상이었다. 지난 21일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이 선원의 건강 상태 등을 서류만으로 확인하는 ‘전자검역’을 통해 쉽게 검역증을 발급받은 상태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이번에 러시아도 포함시킨 것이다.

당장 부산검역소 업무는 늘어나게 됐다. 현재 부산검역소 소속 50명은 감천항과 다대포항, 신선대항 등에 들어오는 선박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구역을 나눠 선박을 관리, 검역한다. 입항 선박이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이뤄지는 전자검역과 달리 승선검역은 직원이 직접 배에 올라가 검사, 좀 더 정확한 검역이 이뤄지지만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통상 2인 1조로 움직이며 건강 및 위생 상태 등을 점검한다. 코로나19 관련 증세가 있으면 검체를 채취해 이상 여부를 판명한다. 검사와 이동시간까지 포함하면 한 선박당 최소 2시간 이상은 소요된다는 게 부산검역소의 설명이다. 이런 약점에도 승선검역의 실제 효과는 크다. 부산항 입항 선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이번 러시아 선원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28일과 29일 필리핀 선원 2명이 부산항에 입항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 닝보에서 확진, 완치 후 부산으로 왔지만 부산항에서 재차 시행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았다는 내용의 사전 신고와 승선검역이 이뤄지면서 이번 러시아 선원 집단 감염 사태와는 다르게 유증상 선원이 항만노동자와 접촉하는 일 없이 검역단계에서 제대로 걸러졌다.

부산검역소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약 90척이 부산항에 입항한다. 통상 전자검역 60%, 승선검역 40% 비율로 이뤄진다. 이번 달 1~23일 기준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은 모두 328척으로, 앞으로 3주간 예정된 53척이 추가되면 381척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방역당국이 이날 러시아를 추가한 데 이어 내달부터는 세계 모든 국가를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검역소의 업무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력은 그대로지만 업무 부담만 급증하는 셈이다.

김인기 부산검역소장은 “한정된 인력으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는 운영을 해봐야 안다”며 “현재도 코로나19 특별검역으로 업무가 3배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직원 피로도가 더 높아지게 됐다. 안전 등 다른 업무에 영향을 미쳐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으므로 인력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전자검역의 장점이 존재하는 만큼 일률적인 승선검역만이 해답이 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검역이 빈틈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필요없는 제도는 아니다”며 “검역인력 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무조건적인 승선검역보다 입항하는 선박 상황에 맞는 검역체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