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도 외국인 범죄자 수사 부담

택시·버스기사와 지하철 역무원, 경찰 등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군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공포가 확산한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상당수가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은 더 고조된다.

국제신문 이 6일 오전 부산 동래구에서 부산시청 방면으로 가는 한 택시에 탔다. 택시기사에게 신종 코로나 이야기를 꺼내자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왔다. 60대 남성인 이 기사는 “환자가 타지 않을지 늘 불안에 떨지만 차 내부도 답답한데 마스크까지 쓰고 운행하기 힘들어 아예 착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기사도 적지 않다. 택시기사 한모 씨는 “기침하는 손님을 태운 뒤 발열 증상을 느껴 보건소에 전화했더니 중국 방문 이력이 없다고 병원으로 가라도 하더라”면서 “그래서 병원 선별진료소에 갔더니 발열 체크를 대충 하고 ‘이상 없다’며 돌려보냈다. 이렇게 무성의하게 감시해서 신종 코로나를 잡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부산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차량 소독용 에탄올을 구매해 차량 방역을 시행한다. 부산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기사들에게 방역물품(마스크, 손 소독제)도 나눠주려 했지만 품귀 현상 탓에 물품을 대량으로 구하기가 힘들다. 우선 개인적으로라도 사서 차내 구비하도록 안내했다”고 말했다. 부산시 석규열 택시행정팀장은 “재난 대처 부서를 통해 손 소독제를 대량 주문했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우선 기사들의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나 도시철도의 사정은 비교적 낫다.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 측은 미리 구매한 마스크 4만 개, 손 소독제 3000개를 일선 현장으로 배분했다. 또 ‘이 버스는 소독이 완료된 차’라는 안내 글을 붙여 시민의 불안감을 낮췄다. 부산의 한 버스기사는 “매일 회사에서 마스크를 하나씩 나눠준다. 손님도 버스에 배치된 손 소독제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역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마스크를 끼고 근무 중이다. 한 역무원은 “수백 명의 승객이 쏟아지는데 누가 환자인지 알기 어렵다. 회사 측에서 나눠준 마스크와 손 소독제로 최소한의 방어 조치를 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전체 역사와 전동차의 살균소독 횟수를 확대했다. 또 고객을 자주 만나는 역무·승무 직원에게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을 배부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대중교통 이용객은 급감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시내버스 승차(교통카드 기준)는 763만30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30만6225건)에 비해 18.0% 줄었다. 같은 기간 도시철도 승차(교통카드 기준)도 569만4446건으로 전년(670만8386건)보다 15.2% 감소했다.

중국인 등 외국인 범죄자를 상대하는 경찰관도 애를 먹는다. 부산의 한 경찰은 “외국인 내국인 가리지 않고 수시로 마스크를 착용한다. 내가 감염될 우려도 있지만 혹시나 수사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침(주요 감염원인 비말)이 튈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6일 광주 북부경찰서는 유치장에 있던 대만인 A 씨가 기침과 발열 증상 등 신종 코로나 의심 증상을 호소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A 씨를 인근 한 선별진료소로 이송해 검사했지만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도 신종 코로나에 대비한다. 부산법원종합청사를 관리하는 부산고법은 청사 1, 2층 출입구 6개소 중 2개소(부산은행 신한은행 쪽)를 폐쇄하고, 나머지 4곳에는 열 감지기를 7일 설치한다. 열이 37.5도 이상이면 최근 중국 후베이성 방문 여부 등을 물을 계획이다. 불가피하게 출입해야 한다면 법원보안관리대가 인계받아 적절히 조처한다. 최근 법정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허용됐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