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군 거열성(경남도기념물 제22호)의 외성에서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된 대형 집수지가 확인돼 이 유적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하는 데 힘이 실릴 전망이다.

경남 거창군 거열성 외성에서 발견된 대형 집수지. 거창군 제공

군은 거열성 집수지의 축조시기와 구조를 밝히려고 진행한 학술발굴조사에서 동쪽 계곡부 아래 외성에서 통일신라 시대에 축조된 대형 집수지가 확인됐다고 2일 밝혔다.

집수지는 성내에 식수를 모으는 시설이다. 학술조사는 경남도가 거열성을 국가지정문화재(사적)으로 승격하려고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했다. 조사는 경남연구원이 맡았다.

이번 조사에서 발견한 대규모 석축시설과 호안석축(집수지 벽면을 보호하려고 할석으로 축조한 구조물), 수거시설(할석으로 만든 물도랑), 유물 등으로 볼 때 이 집수지는 7세기 후반부터 8세기에 걸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다.

건흥산 정상부(572ｍ)에 조성된 거열성은 둘레가 약 1115ｍ로 군내 삼국 시대 산성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또 내성과 외성의 축조시기가 달라 고대산성의 축성기법 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중요 유적으로 여겨진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거열성은 백제멸망 후 3년간 백제 부흥 운동이 전개되다 문무왕 3년인 663년에 신라 장군 흠순과 천존에 의해 함락돼 백제 부흥운동군 700명이 전사한 역사의 현장이다.

내성에 이어 증축된 외성은 문무왕 13년인 673년 나·당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신라가 거점지역인 거열주에 축조한 만흥사산성으로 파악되고 있어, 사적으로 지정할 만한 역사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