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법 학습 잘못돼 성장 악영향
- 야생동물치료센터도 업무 가중

최근 야생동물 번식기를 맞아 부산지역에서 새끼 동물 구조 건수가 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동물 구조는 오히려 동물이나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8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역 새끼 동물 구조 건수는 381건으로 집계됐다. 새끼 동물 구조 건수는 2016년 269건, 2017년 364건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새끼 동물 구조 건수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부산 도심이 확장된 점이 꼽힌다. 기존 동물 서식지와 인간 주거지가 맞닿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새끼 동물을 발견해 구조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끼 동물의 구조가 오히려 해당 개체에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시는 구조된 새끼 동물 대부분이 어미의 보호 아래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어미가 있는 상태에서 구조된 새끼는 먹이를 구하는 법이나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지 못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성장한 후 자연에 방사할 경우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분별한 구조가 이어지면서 시 야생동물 치료센터도 업무에 차질을 빚는다. 야생동물 새끼는 하루 동안 자신의 몸무게 30%가량의 먹이를 먹는다. 야생 습성에 따라 먹이는 1시간~1시간30분 간격으로 먹여야 한다. 조류의 경우 사료용 곤충을 잘게 썰어 먹여야 하는 등 관리하는 데 손이 많이 간다. 이 때문에 치료센터는 다친 야생동물을 치료하는 업무보다 새끼를 돌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새끼 동물의 무분별한 구조를 막기 위해서는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새의 경우 새끼에게 접근하는 인간을 향해 경고하는 어미가 있다면 구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라니는 코끝이 깨끗하고 털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다면 어미가 보호하는 것이어서 구조할 필요가 없다. 야생동물 치료센터 양진원 수의사는 “야생동물은 어미에게서 생존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며 “낙오된 새끼 동물은 다른 야생 동물의 먹이가 될 수도 있어 무분별한 구조는 생태계 전체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