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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부실논문 '최다'…'조국 딸 논문'으로 드러난 연구윤리 실태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25 14: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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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는 연구를 시작할 때 아예 ‘저자 지침(authorship guideline)’을 만들어요. 누가 저자가 될 수 있고 각 저자는 어떤 역할을 할지를 명시하는 거죠. 한국에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이번 기회에 연구윤리가 바로잡혀야 해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한영외고 재학 시절 의과대학 연구소에서 인턴을 하면서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논란에 대해 캐나다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A(31) 씨가 한 말이다.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논란은 부실하게 논문 작성이 이뤄지고 이렇게 작성된 논문이 학술지에 버젓이 등재되는 우리나라의 연구 윤리 실태를 드러내는 한 사례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우리나라가 부실한 것으로 추정되는 논문을 가장 많이 펴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5일 한국연구재단이 올해 발행한 ‘부실 학술 활동의 주요 특징과 예방 대책’ 연구에 따르면, 체코 연구진이 2017년 국제 학술지 데이터베이스 스코퍼스(Scopus) 등을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이 부실 추정 학술지에 논문을 가장 많이 실은 나라로 파악됐다.

2013∼2015년 부실 추정 학술지 405종에 실린 논문은 총 15만4000여 개였다. 국가별로 분류하면 한국 논문이 약 5%로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을 제외한 170개 국가는 모두 국가 비율에서 2% 미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대부분 1% 미만이었다.

국제 학계에서 부실하다고 평가하는 학술지에 3년 동안 한국에서만 약 8000개에 달하는 논문이 실린 것이다.

한국연구재단 연구진이 체코 연구진의 분석을 토대로 현재 조사 가능한 부실 추정 학술지 160종을 다시 분석한 결과, 2013∼2018년 해당 학술지에 실린 논문 30만3567개 중 6.8%(2만601개)가 한국 논문이었다.

연구진은 “임용이나 승진, 실적을 위해 부실 학술지임을 알면서도 이용하는 연구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학계에서는 그간 양적 팽창과 실적 내기에만 몰두하면서 윤리 문제는 도외시해온 탓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조 장관 후보자의 딸 조 씨가 고등학생으로서 의학 논문에 참여하고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점을 두고 당시 교신저자(책임저자)였던 장영표 교수가 “유학 간다길래 제1저자로 해줬다”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말할 만큼 기본적인 저자 표기 체계조차 없는 것이 한국 연구윤리의 실태라는 것이다.

지난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 씨를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한 A 교수 연구윤리위원회에 강내원 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박사과정인 B 씨는 “저자 표기는 지도교수 마음에 달려 있다”면서 “지도한 게 거의 없는데 교신저자를 한다거나, 자기 실험실에서 내는 연구에 무조건 이름을 올리거나, 단순 아이디어만 내고는 1저자를 하는 경우들을 봤다”고 털어놨다.

김환석 국민대 교수는 논문 ‘과학부정행위의 구조적 원인’에서 박사급 연구자 632명을 대상으로 2007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인 52.8%가 ‘부당한 저자 표시’를 가장 심각한 연구부정 행위로 꼽았다고 밝혔다.

‘표절’(28.5%)과 ‘변조’(27.4%), ‘위조’(17.2%) 등 연구 내용에 부정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부당한 저자 표시’라는 응답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20대는 85.7%, 30대는 65.8%가 ‘심각하다’고 답했지만 50·60대는 ‘심각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각각 55.6%와 58.6%로 더 높았다.

연구자 사회가 연령·직급에 따라 위계 구조로 이뤄져 있고, 상급자가 교신저자·제1저자 등 저자 표시에 관여하는 현실에서 하급자 입장에서 부당하게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치위생과학회 연구진이 2010년 치위생학교육자 171명을 대상으로 저자 표기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55.6%가 “지도교수가 저자를 결정했다”고 답하고 68.4%는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다른 사람을 공저자로 올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지적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지난해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개정해 ‘연구결과물을 발표할 때 연구자의 소속·직위 등 저자 정보를 정확하게 밝혀 연구의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올해 5월 발표한 ‘대학 연구윤리 확립 방안’에서는 연구부정 행위 조사 및 처벌 강화, 교원 업적평가를 양적 성과 중심에서 질적 평가 중심으로 전환, 학술지 논문 심사 강화 및 연구윤리 교육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학교·학회마다 다르고 인문·자연·이공계 등 분야마다 다른 ‘저자 인정 범위’(저자성·authorship)에 관해 정부 차원에서 개괄적으로라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국립대 교수는 “연구윤리는 말 그대로 ‘윤리’의 문제라 법·제도로 관여할 영역이 아니라는 게 학계의 시각이지만, 연구윤리 의식이 바닥인 한국 현실상 정부가 규범의 뼈대를 세울 필요가 있다”면서 “연구윤리를 어기면 다시는 학회에 얼굴을 비출 수 없도록 처벌·징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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