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원 “이번 사건 본질과 무관”
- 두 번이나 선고 미뤄 판결 촉각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방사선과 인근 주민 갑상샘암 발병의 인과관계를 다투는 이른바 ‘균도네 소송’에 대한 법원의 두 번째 판단이 오는 14일 내려진다. 2심 과정에서 원고 측이 새 주장을 들고나오는 등 공방이 가열되면서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두 번이나 미루는 등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선고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부산고법 민사1부(김주호 부장판사)는 오는 14일 오후 2시 406 법정에서 이진섭(52) 씨 가족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을 연다고 12일 밝혔다. 애초 재판부는 지난 5월 12일로 선고기일을 잡았지만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7월 10일로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최근 또다시 기일을 미뤘다.

원고 측은 ▷한수원 환경방사능 보고서 오류 ▷원전과 거주지 간 좁혀진 거리(3.73㎞) ▷후쿠시마산 수산물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판정 근거 등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가르는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고 측은 “‘고리 1호기 환경방사능 종합평가’를 보면 1980년에 견줘 1992년 요오드-131(방사성 물질) 방출량이 15억 베크렐(Bq)에서 131억 베크렐로 8배 늘었지만, 인근 주민의 피폭 선량은 0.06밀리시버트(mSv) 수준으로 일정하게 기록돼 의혹이 인다”며 “원전과 이 씨 가족 거주지 사이 거리가 애초 우리가 짐작했던 7.689㎞보다 가까운 3.73㎞로 확인된 점도 유리한 증거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근 WTO 상소기구가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유지한 판단 근거와 관련해 “방사선 위험은 피고가 주장하는 ‘연간 1밀리시버트 미만 검출’이라는 정량적 검토뿐 아니라 정성적 기준인 알랄라(ALARA·방사선 방호 최적화) 원칙을 모두 준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이런 주장에 대해 “원전 방사선과 원전 주변 주민의 갑상샘암 발병 간 인과관계 입증보다는 원전 운영상 발생된 일부 사건을 본질인 것처럼 연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수원 측은 “갑상샘암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진 바 없으며, 유엔과학위원회 등에 따르면 100밀리시버트 미만 방사선량에서는 암 위험도가 관측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WTO와 같은 정성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대형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일본의 수산식품을 수입하는 건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려는 조치”라며 “이번 사건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이다”고 설명했다.

2012년 시작된 ‘균도네 소송’은 고리원전 인근에 살면서 방사선 피폭으로 이 씨의 아내 박금선 씨가 갑상샘암에 걸리는 등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이다. 1심은 “박 씨가 방사선 노출로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수원에 1500만 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