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립지 배수로 정비사업 확정
- 주민 “미리 파악 못해 예산 낭비”

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부산 영도 동삼해수천을 정비하기 위해 또다시 거액의 예산이 투입된다. 해수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채 설계를 한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예산 낭비라는 논란이 거세다.

영도구는 ‘동삼동 매립지 배수로 정비사업’에 쓰일 국비 26억7000만 원을 해양수산부로부터 지급받는다고 7일 밝혔다. 동삼해수천은 준공 이후 악취와 녹조 발생으로 민원이 들끓었고, 구는 정부에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 편성을 요청(국제신문 지난 4월 5일 자 9면 보도)했다.

추가 정비사업이 시작되면 해수의 유입 방식이 양쪽에서 한 방향으로 전환된다. 만조 때 펌프를 활용해 물을 일정량 빼내 퇴적물이 쌓이는 걸 인공적으로 예방하는 공법이라는 게 구의 설명이다. 구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공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김철훈 영도구청장은 “인위적인 방식으로라도 물이 한 방향으로 흐르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혁신지구 내 기관을 포함한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삼해수천은 2006년 동삼혁신지구 건설 당시 해수부와 부산해양수산청이 국비 60억 원을 들여 만든 인공수로다. U자형 수로가 지구를 관통하며 양쪽으로 친수공원이 설치됐다. 한국해양대학교 방면 하리방파제부터 국제크루즈터미널까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양방향에서 해수가 흘러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구조다.

하지만 해수에 포함된 퇴적물이 해수천 중간에 반복해서 쌓여 녹조가 생기고, 악취까지 나 주민의 원성을 샀다. 인근 주민은 동삼해수천 조성 당시부터 이러한 문제가 충분히 예견됐다고 지적한다. 동삼혁신지구발전대책위원회 정창재 위원장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크지 않으면 물흐름이 느려져 토사가 쌓일 수밖에 없는데 국가가 설계상 이를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며 “막대한 예산을 써 주민에게 불편만 끼친 사업으로, 예산 낭비의 책임을 국가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삼해수천 조성에는 지난해 구가 자체 진행한 준설 공사 예산 3억 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90억 원가량이 투입됐다. 문제는 예산이 더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윤호 책임연구원은 “해수천의 설계를 전반적으로 변경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