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평화무드 속 시대착오 지적

부산 한 지자체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문화 행사를 진행하면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군사정권 시절 제작된 ‘반공 영화’를 상영해 물의를 빚는다.

부산 중구시설관리사업소는 지난달 11일부터 2일까지 한 달여간 동광동 40계단문화관에서 6·25 맞이 특별 애니메이션 ‘똘이장군 - 제3 땅굴 편(사진)’을 상영했다. ‘똘이장군’은 1978년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만들어진 한국 최초 반공 애니메이션이다. 숲속에서 평화롭게 살던 똘이가 늑대나 돼지 등으로 묘사된 공산당을 무찌른다는 내용으로, 어린이의 애국심을 높이고 반공·방첩 의식을 강화하려고 만든 선전 영화다.

이를 두고 호국보훈 의미를 되새기는 문화 행사에서 체제 선전용 영화를 상영한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 강모(43) 씨는 “반공 개념이 사라진 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런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있다니 놀랍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설관리사업소 측은 이 영화가 6·25전쟁을 배경으로 해 상영작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6·25전쟁을 경험한 노인 세대에게 전쟁의 추억을 전한다는 의미에서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설관리사업소 측 설명과 달리 실제 관람객은 대부분 어린이였다. 4차례에 걸쳐 중구 관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생 100명이 영화를 관람했다. 시설관리사업소 측은 “영화가 ‘전체 관람가’여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상영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며 “또 영화 상영 후 해설자가 영화가 만들어진 당시 시대적 배경과 영화 의미를 설명해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6, 7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좌우 이념 대립이 극심했던 6·25전쟁의 배경을 설명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북한 괴뢰’를 무찌르는 내용의 반공 영화 상영은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구의회 한 의원은 “유신 체제를 찬양하는 반공 영화를 상영한 것도 민망하지만, 남북 교류·협력 분위기에 적절하지 않은 작품 선정”이라고 꼬집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