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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불편해야 사람이 편하다 <1> ‘안전속도5030’ 왜 도입하나

차량·속도→ 사람·안전 중심… 교통환경 바꿔 사고 확 줄인다

  • 국제신문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19-06-19 20:09:01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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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교통 환경이 일대 변혁에 돌입한다. 올 하반기부터 자동차의 제한속도는 낮아지고 음주단속은 강화된다. 차를 가진 사람은 달가울 리 없다. 편하고 빠른 이동을 위해 비싼 돈을 주고 차를 샀으니 말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불편해야 사람이 편하다. 자동차를 몰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은 곧 사람이 안심하고 보행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와 같다. 지금껏 도시는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었다. 자동차의 원활한 주행을 위해 길이 놓이고 도로가 확장됐다. 이제 도시는 사람을 위한 곳이 된다.

‘안전속도 5030’과 음주운전 단속 강화는 이를 위한 첫 걸음이다. 사람이 살기 좋은 부산을 꿈꾸며 국제신문은 부산광역시, 부산경찰청과 공동으로 ‘차가 불편해야 사람이 편하다’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 주요도로 50㎞·이면도로 30㎞
- 부산시 10월부터 차량속도 제한

- 시민 10만 명당 교통사고 6.2건
- OECD 평균 5.5건보다 높아
- 보행중 사망 사고는 3배 육박
- 각국 속도 하향 후 사고 감소

- 운전자서 보행자 위주 전환 땐
- 안전 선진도시 탈바꿈 앞당길 것

“부산은 자동차를 위한 도시다.” 지난 3월 부산을 찾은 도시계획 분야의 석학 로버트 패터슨 미국 텍사스주립대 교수가 느낀 부산의 인상이다. 패터슨 교수의 눈에 부산의 도시계획은 사람보다 자동차의 편의에 맞춰졌다. 넓고 길쭉한 도로가 공간을 잠식하고, 시민이 안전하게 원하는 곳까지 보행할 수 있는 환경은 갖춰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지난 12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2019 교통사고 줄이기 한마음 대회’에서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이 ‘안전속도 5030’ 정책을 홍보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국내 대다수 도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많은 이에게는 더 많은 차량이, 더 큰 도로에서, 더 높은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도로를 갖춘 도시가 좋은 도시라는 인식이 견고하다.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1990년대 미국에서 신도시주의(New Urbanism) 사조가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는 자동차의 이동 환경을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둔 도시 발전을 지향했다.

■자동차의 편의서 사람의 안전

‘안전속도 5030’은 사람을 위한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 접근으로 이해된다. 자동차는 빠른 이동에 목적이 있다. 이런 목적에 의도적인 불편을 주자는 발상의 바탕에는 지금껏 자동차의 편의를 높이는 데 차량 바깥 사람의 커다란 불편이 수반됐다는 반성이 깔려 있다. 정책을 준비 중인 부산시와 부산경찰은 운전자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경제성장 지원에서 안전 우선으로, ‘빨리 빨리 문화’에서 양보와 배려의 문화로 부산을 탈바꿈하는 데 사업의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부산에서는 오는 10월부터 ‘안전속도 5030’이 실시된다. 2021년 4월부터는 전국으로 확산된다. 지난 4월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보조간선도로와 보·차도가 분리된 왕복2차로 이상의 주요도로는 시속 50㎞로, 이면도로 등은 시속 30㎞로 제한속도를 낮춘다. 중앙대로 등 주요도로 325곳과 망양로 등 이면도로 4660곳이 대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발간한 ‘도로안전에 관한 국제 통계보고서’에서 도로교통사고를 ‘세계를 휩쓸고 있는 전염병’으로 정의했다. 도로교통사고의 연간 사망자 수가 일반 전염병 사망자 수와 유사한 탓이다. 2013년 낸 통계보고서에서 WHO는 도로교통사고를 줄이는 방안 중 하나로 도시 내 차량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낮출 것을 제시했다.

■차도 빽빽하고 보도 부족한 부산

부산경찰에 따르면 부산의 인구 100명당 도로 길이는 약 90m다. 국내 7대 도시 평균(110m)이나 OECD 평균(1.3㎞)에 많이 모자란다. 반면 도로 길이 ㎞당 자동차 대수는 431대로 7대 도시 평균(392대)을 크게 웃돈다. OECD 평균(49대)과 비교하면 8.8배 많은 수치다. 사람에게 주어진 길은 턱없이 짧고, 도로 위에 늘어선 자동차는 지나치게 많은 셈이다.

이 같은 교통환경은 시민의 안전에도 악영향을 준다. 부산의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부산시민은 인구 10만 명당 6.2건의 사망 사고를 겪는다. 7대 도시 평균 6.2건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그러나 OECD 평균(5.5건)에 비하면 높은 사고율이다.

특히 부산시민의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사고는 3.1건으로, OECD 평균(1.1건)의 3배에 육박한다.

도심부 제한속도 하향 정책을 펼치고 있는 나라들은 교통사고 감소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덴마크나 호주 등은 2000년대에 이미 도시 내 자동차 제한속도를 시속 50㎞ 이하로 조정했다. 그 결과 덴마크의 교통 사망 사고는 24% 감소했다. 호주 또한 12%가 내려갔다.

정책의 필요성과 별개로 자동차를 가진 사람에게는 제한속도 하향이 마냥 달가울 리 없다. 시민을 대상으로 자동차 속도 하향의 중요성을 알리는 설득 작업이 중요한 이유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의 목표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공동기획: 국제신문·부산지방경찰청·부산광역시

◇ 도시부 내 제한속도 조정 주요 국가 현황

국가

도시부 내 
제한속도 (시속)

비고

덴마크

50㎞

사망사고 24% 감소

독일

30-50㎞

교통사고 20% 감소

헝가리

50㎞

사망사고 18.2% 감소

네덜란드

30-50-70㎞

사망자 수 67% 감소

호주

50㎞

사망사고 12%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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