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출범한 사용후핵연료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에 지역여론을 반영할 채널이 없다는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실제 산업부 측에서 원전 소재 지역의 의견을 묵살하고 재검토위를 출범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기장군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원전소재지지차체협의회가 추천한 지역 인사를 재검토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산업부는 지난 4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위원회’ 구성에 관한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재검토위를 중립적 인사 15명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이었다. 산업부는 당시 37명의 위원후보자를 추천하고, 원자력산업회의·지자체·시민단체 등에 각각 5명의 위원 후보를 제외할 수 있는 권한(제척권)을 줬다.

　원전소재지자체(경주시·기장군·월성군·영광군·울진군) 협의회는 산업부의 이러한 방침에 반발했다. 제척권이 아니라, 지역 여론을 전달할 수 있는 인물 1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구했다. 기장군은 당시 지역 주민 대표를 추천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이러한 요구를 묵살했다. 환경단체는 산업부의 방침에 반발해 제척권 행사를 거부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산업부가 지자체를 무시하면서 사실상 ‘중립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준비단 단계에서 산업계·지자체·시민단체의 의견을 모은다는 산업부의 계획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원자력계 관계자는 “사실 산업부가 지자체나 환경단체의 요구를 들어줄 리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며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재검토위원 추천권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시민사회 단체는 일제히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날 낮 12시30분 재검토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일본은 홋카이도 무츠시에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지으면서 지역주민들과 50년 동안만 부지를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전제조건을 걸고 지역 주민들을 설득했다”며 “우리나라 재검토위는 애초에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부산탈핵시민연대는 29일 오후 1시30분 부산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재검토위준비단에 참여해 논의를 거듭했는데, 29일 발표된 재검토위에는 그간의 합의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김준용 기자